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탈원전은 많은 나라가 공통으로 겪는 사회 갈등 이슈다. 오래전부터 이 정책으로 몸살을 앓아온 서유럽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최근까지 대체로 탈원전을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중립 정책으로 원전 불가피론이 되살아나고 있다. 전력에서 차지하는 원전 비중이 세계 최고인 프랑스는 수년째 이어온 원전 축소 기조를 뒤집고 새 원전 6기 건설을 검토 중이다. 20년 넘게 신규 원전을 짓지 않은 영국도 2030년까지 12기를 짓는다고 한다.
□ 유엔은 원전 확대를 내놓고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탄소중립을 서두르는 데 도움이 되는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방사능 누출 위험, 불의의 사고로 인한 재앙 수준의 피해, 사용후 핵연료 처리의 어려움 등 산적한 문제도 기술 발전으로 과거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탄소 배출 세계 1위인 중국이 소형모듈원전, 토륨용융염원자로, 초고온가스로 등의 신형 원자로를 가동하거나 실용화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 하지만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해도 가동 과정의 방사능 물질 생산이나 폐기물 처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다. 우라늄로 폐기물 10만 년 보관과 비교하면 토륨로는 길어야 500년이라 부담이 덜하다지만 그것도 만만치는 않은 일이다. 게다가 그린피스 지적대로 "원전은 에너지 문제 해결책으로 종종 선전되지만 건설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에너지원"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 대만이 18일 국민투표에서 90% 이상 공정이 진행된 뒤 8년째 건설 중지된 수도 타이베이 인근 제4원전 공사 재개 반대 결론을 냈다. 전력 수급 불안으로 현 민진당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제동 걸렸던 적이 있었지만 국민이 다시 힘을 실어준 것이다. 전국 3개 지역에 모두 6기의 원전을 가동하던 대만은 40년 연한이 다한 원전을 2018년부터 수명 연장 없이 차례로 폐쇄해 현재는 3기만 가동 중이다. 이대로라면 2025년 탈원전이 달성된다. 모자란 전력은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에 중점을 둬 감당하겠다고 한다. 우리와 닮은 대만의 탈원전 과정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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