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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6, 2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뉴진스의 팬미팅 행사에 9만여 명이 운집했다. 데뷔한 지 1년 11개월 만에 도쿄돔에서 행사를 열면서 해외 아티스트 중 최단기 도쿄돔 입성 기록을 세웠다. 21일 싱글 음반 '수퍼내추럴(Supernatural)' 발매로 일본에 정식 데뷔한 지 5일 만이다.
□ 하니는 일본의 국민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가 1980년 발표한 '푸른 산호초'를 불러 가장 큰 환호를 받았다. 혜인도 다케우치 마리야의 1980년대 시티팝 '플라스틱 러브'를 소화했다. 하니의 솔로 무대가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푸른 산호초' '마쓰다 세이코'가 일본 내 SNS 검색어 순위에 오를 정도였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일본 대중음악을 기억하는 4050세대의 향수는 물론 '푸른 산호초'를 모르는 1020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양국의 남녀노소를 겨냥한 영리한 전략이 적중했다.
□ 1990년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뉴 잭 스윙 스타일의 수퍼내추럴은 일본 데뷔곡임에도 영어와 한국어 가사 분량이 일본어 분량을 압도한다. 한국에서 발표한 인기곡을 일본어로 번안하거나 일본 풍 곡에 일본어 가사를 붙여 데뷔하는 공식을 피했는데, 궁극적으로 일본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누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 시티팝 풍의 뮤직비디오에선 남산타워와 한글 간판을 등장시켰다. 일본 발표곡이 한국 차트에서도 이물감 없이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 올 초 일본 지상파 TBS가 방영한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는 주인공인 한국인 유학생 태오(채종협 분)의 한국어 대사를 자막 없이 내보냈다. 뉴진스처럼 한국적인 것을 보다 세련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요소로 활용했다. 2000년대 초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의 중년 여성을, 2010년대 초 동방신기, 카라 등 K팝 아이돌이 젊은 여성을 한류 팬으로 끌어들였다. 현재의 한류는 한국적 요소를 무기 삼아 세대·성별을 넘나들면서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류의 진화가 '한국은 한 수 아래'라는 일본 기성세대의 고정관념까지 무너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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