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코이코 시 무차별 포격
전기·수도 끊겨 6만 시민 중 4만 명 피란길
"승려ㆍ약자들은 떠날 수단 없어"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카야주(州) 로이코시(市)를 죽음의 땅으로 내몰고 있다. "교전 중 사망한 정부군의 복수를 하겠다"는 이유로 민가에 포격을 이어가는가 하면 전기와 수도까지 모두 끊었다. 죄 없는 로이코 일반 시민들은 군부의 폭주에 삶의 터전을 버리고 황급히 피란길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13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정부군은 지난 8일에 이어 11일에도 러시아에서 수입한 MI-35 공격용 헬리콥터를 이용해 로이코 도심에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최근 로이코시에서 이어지고 있는 시민저항군 및 소수민족 반군 카렌니국민방위군(KNDF)과의 교전에서 20명의 정부군이 사망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KNDF 관계자는 "정부군이 주택가를 폭격한 뒤 지상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살인을 일삼는 등 심각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신속히 군부의 로이코 공습을 중단시키고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군의 공격에 로이코 시민 6만여 명 중 절반 이상인 4만여 명이 도시를 떠났다. 떨어지는 포탄도 위험하지만, 군부가 지난 9일 도시 전체의 전기와 수도 공급을 끊으면서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로이코의 한 시민은 "도시에 남은 사람들은 수도원의 승려와 노약자, 도피할 수단을 구하지 못한 빈민들뿐"이라며 "쌀과 기름 같은 생필품 공급도 막히고 있어 더 이상 로이코에서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군부의 반군 토벌전은 다른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군은 최근 사가잉주 히티야잉 마을을 급습,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비무장 민간인 2명을 사살했다. 인근 지역에서도 정부군의 고문 흔적이 확인된 민간인 시신 2구가 발견됐다. 같은 주 깔라이 지역에선 정부군 120명의 공격에 20여 명의 시민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의 악랄함은 정책 영역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군부는 최근 관련 법을 개정해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심(SIM)카드와 인터넷 사용 요금을 두 배가량 인상했다. "과도한 인터넷 사용이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핑계지만, 현지에선 미얀마 인구 5,400만 명의 절반이 사용 중인 페이스북을 통한 반군부 시위 활동을 막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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