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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6박8일간의 중동 3개국 순방에 나섰다. 임기 마지막일 가능성이 큰 이번 순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새 대통령 전용기다. ‘공군 1호기’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기가 11년여 만에 교체돼 첫 임무에 나섰다.
□ 새 대통령 전용기는 보잉 747-8i 기종으로 보잉사의 최신 여객형 항공기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도입된 구 전용기인 747-400 기종보다 덩치가 더 크고 속도와 운항 거리가 증가됐다. 1991년부터 사용돼 노후화 문제를 겪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 전용기도 이 기종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미국의 ‘에어포스 원’이 부럽지 않지만 미국 행정부는 이 기종을 2대 구입하는 반면, 우리는 5년간 총 3,002억여 원의 가격으로 임차하는 형태다. 미국이 자가 소유라면 우리는 아직 전세인 셈이다.
□ 우리 정부가 ‘전세 대통령 전용기’를 갖춘 것만 해도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전용기 자체가 없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시 국적 항공사 여객기를 임시로 빌려 사용했다. 일종의 월세였다.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을 방문할 때는 국적 항공사가 없어 월세조차 마련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는 서독 정부의 배려로 루프트한자 여객기를 타고 민간 여행객들에 섞여 여러 도시들을 경유한 뒤 28시간 만에 서독 땅을 밟았다.
□ 어찌 보면 대통령 전용기 속에 한국의 발전상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우리 국격에 맞게 전세가 아니라 직접 소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 때가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새 전용기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서 보잉사와 실랑이를 벌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비쌀 경우 굳이 구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국격을 감안하면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전용기 도입을 추진할 때 반발했던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자 입장을 바꾼 것처럼 대통령이 싫다고 전용기를 트집 잡을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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