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다큐멘터리 '야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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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바로 보기 | 4부작 | 15세 이상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 예전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던 저 표현은 이제 비판의 도마에 종종 오른다. 서구 시각으로만 세계사를 바라보고 해석한다는 이유에서다. 제국주의의 침탈과 식민지 착취에 대한 비판은 지속적으로 나오나 우리는 여전히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서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랫동안 서구인 관점에서 역사를 배우고 현재를 바라보며 미래를 예측해 와서다. 웨이브 다큐멘터리 시리즈 ‘야만의 역사’는 누구나 가질 만한 오랜 통념을 헤집는다.
①대학살은 어디서 시작됐나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은 20세기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다. ‘집단학살(Genocide)’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만들어낼 정도로 인류에 준 충격은 컸다. 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독일에서 나치가 물러나고, 대학살에 대한 단죄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하나 이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인종청소’가 벌어졌다. 나치가 종종 대학살의 원조로 지목받으나 과연 맞는 것일까. 다큐멘터리는 대학살의 연원을 서구 역사, 좀 더 구체적으로는 십자군 원정에서 찾는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십자군 원정은 유럽인들이 중동 지역에서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뤄졌다. 야만인들로부터 성지 예루살렘을 되찾아야 된다는 게 명분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십자군 원정 이후 유럽 기독교인들은 외부인들을 타자화하기 시작했다. 하얀 피부를 지닌 유럽인이라는 정체성이 생겨났고, 이는 유럽 밖 사람들에 대한 배타성으로 이어졌다.
②백인 우월주의가 빚은 야만
유럽인들이 앞다퉈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하면서 이전 원주민들은 쫓겨났고, 종국엔 소멸의 길을 걷는다. 다큐멘터리는 제국주의의 이데올로기 역할을 한 백인 우월주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되짚는다. 찰스 다윈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적자생존은 제국주의 확장을 부추긴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야만사회는 문명사회에 의해 절멸을 맞는 게 당연하다고 유럽인들은 생각했다. 백인들은 자신들의 우월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우생학을 동원하기도 한다. 피부색이 하야면 문명인, 중국인처럼 황색이면 반문명인, 검은 피부는 야만인으로 규정한 후 골상 등을 통해 이를 체계화하려 했다.
③참담한 역사 제대로 보기
다큐멘터리는 여러 책과 영화 등을 통해 대중이 부분 부분 접했을 내용을 하나로 꿰어 보여준다.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점들을 역사적 사실과 정연한 논리로 전한다. 미국 정부가 아메리칸 원주민 부족들과 개별적 협정들을 맺은 뒤 나중에 이를 어기고 부족들을 내쫓고 학살한 이야기는 여전히 서늘하다. 미국이 원주민을 몰아내고도 정작 무기에 아파치나 치누크 등 원주민 부족의 이름을 붙인 점은 아이러니다. 다큐멘터리는 이런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지식이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다(It is not problem that Knowledge lacks).” 그릇된 시각이 인류를 대학살로 내몬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아이티 출신 유명 영화감독 라울 펙이 연출했다. 신랄한 서술로 제국주의와 대학살의 역사를 비판하는 점이 눈에 띈다. 백인이 흑인의 노예가 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를 가상해 만들어낸 장면, 콩고와 미국 등에서 벌어졌던 살육을 재현한 대목들은 섬뜩하다. 드라마의 명가인 미국 방송 HBO가 제작하고 지난해 4월 첫 방송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벨기에 브뤼셀 등 서구 관광지에서 기념 사진 찍기가 망설여질 수 있다. 아름답고 웅장한 건축물들이 피로 물든 식민 지배의 산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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