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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자 공약, 이게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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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자 공약, 이게 최선일까

입력
2022.01.2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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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7일 오후 페이스북에 게시한 메시지. 페이스북 화면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7일 오후 페이스북에 게시한 메시지.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번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권자는 가히 이남자(20대 남성)다. 언론 기사부터 후보들 각종 전략까지 으뜸 주제는 이남자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남자를 선거판의 주연으로 적극 캐스팅한 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상승세 원인을 이남자에서 찾기로 생각을 굳힌 모습이다. 개연성 차원에선 틀린 얘기가 아니다. 당 후보로 선출된 뒤 컨벤션 효과로 치솟던 지지율이 꺼지기 시작한 건 이남자를 대변한다는 이준석 대표와 갈등이 시작되면서다. 높은 정권교체 민심에 호소하며 강성 발언을 내봐도, 새해 첫날 국민을 향해 큰 절을 해봐도 허사였다. 지지율 반등은 이 대표와 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한 뒤 이뤄졌다. 상황과 시기가 맞아떨어지니 윤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건 이남자라는 인식이 각인되기 시작했다. 사사건건 윤 후보와 부딪친 이 대표를 향한 당 불만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렇게 이남자는 보수의 히어로가 됐다. 국민의힘은 이남자가 부모세대이자 상대적으로 정치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50대 표심을 소구할 수 있다는 ‘세대포위론’을 설파했다. 이들이 가장 보수적이라는 ‘60대 이상’보다도 보수적인 성향으로 드러났다는 중앙일보의 정책 이념 조사 결과가 단번에 이슈가 될 정도로 하나의 현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남자를 전면에 내세운 게 섣부르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이 정말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걸까. 이 대표와 화해 이후 상승한 윤 후보 지지율을 볼 때 이남자의 지분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일부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건 연초부터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전략에 화나 있던 보수층이 결집했을 거란 얘기다. 윤 후보도 ‘힘을 통한 평화 구축’ 등 초강경 외교ㆍ안보 전략으로 호응하고 있다. 이런 추론은 안철수 후보와의 지지율 함수 관계로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대북 이슈가 부각되면 중도층의 입지는 줄어든다는 게 선거의 통념이다.

두 번째는 이남자 정착지에 대한 오해다. 보수는 지지율 추이를 근거로 이들이 윤 후보에게 정착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넓게 보아 이남자의 특성을 정확히 간파한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이남자가 이 대표와 보조를 맞춘 것인지, 보수색 짙은 외교안보 전략에 공감한 건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페이스북 글귀에 열광한 건지 단언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불과 한 달 새 출렁인 표심으로 미뤄 볼 때 ‘변동성’이 이남자 표심의 특징이란 것이다.

세대적 특성에 대한 면밀한 진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선거에서 이남자는 그저 득표 전략 대상으로만 치부될 것이다. 페이스북에 이들을 겨냥한 한 줄 공약(여성가족부 폐지ㆍ병사 월급 200만원)을 던지는 모습이 단적인 예다. 이남자의 분노를 자극해 효과를 볼 순 있겠지만 명분과 설득이 없는 던지기식 세대 공략 공약은 더 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뿐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할 일은 아니다.

이남자가 사회적으로 부각된 건 그들이 ‘역차별’과 ‘불공정’을 주장하면서다. 대통령 후보라면 이들 주장의 근원이 뭔지, 오해인지 실재인지, 아니면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ㆍ문화적 폐해의 발로인지를 진단한 뒤 청년층 모두를 아우르는 비전과 정책으로 대면해야 한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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