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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3일 열린 TV 토론에서 ‘RE100’이란 용어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묻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무슨 뜻인지를 되물었다. 토론 이후 민주당은 “대선 후보가 RE100 자체를 모른다는 것은 충격”이라며 맹공을 가한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 선거가 객관식 암기왕 뽑는 자리냐”며 반박했다.
□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 캠페인이다. 영국의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이 2014년부터 시작한 것으로 애플·구글 등 340여 개의 기업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2020년부터 참여해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10개사가 가입했다.
□ RE100은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협약으로 국가 간 무역협정이나 조약처럼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협력업체에 RE100 동참을 요구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해당 업체를 바꿀 정도여서 새로운 무역 규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BMW가 2018년 LG화학에 부품 납품 조건으로 RE100을 요구해 계약이 무산됐고 SK하이닉스가 RE100에 참여한 것도 애플의 압박 때문으로 알려졌다. 전력 사용량이 막대한 제조업 중심 국가인 반면 재생에너지 환경이 열악한 우리로선 만만찮은 장벽이 생긴 셈이다.
□ 윤 후보가 RE100을 모른다고 해서 지지율에 타격받을 일은 없을 듯하다. 일부 전문가들을 제외한 국민들에겐 생소한 용어여서 ‘지도자의 무지’로 받아들일 이들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이슈의 중요성이 평가절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간 국내 정치권이 무관심했지만 기후위기는 이상 고온과 대규모 화재, 한파 등이 속출하는 지역에선 현존하는 위협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유럽과 미국 등에선 좌우를 가르는 정치적 쟁점이라는 점에서 다음 토론에선 용어를 배우는 단계를 넘어 입장을 갖고 논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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