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대선이 3주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여야가 숨은 지지층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까지 표심을 정하지 않아 여론조사에도 잘 잡히지 않는 이른바 ‘샤이(shy) 유권자’가 상당하다는 판단에서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여론조사와 달리 트럼프가 승리하는 이변을 낳자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숨긴 ‘샤이 트럼프’의 존재가 집중 조명을 받았다. 3ㆍ9 대선이 당시 미국 대선에 견줄 정도의 비호감 대결로 흐르고 있어 샤이 유권자의 존재가 20대 대권의 향배를 결정할지 주목된다.
□ 이번 대선에서는 ‘샤이 이재명’이 뜨거운 감자다. 정권교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우세의 여론 구도에 변화가 없자 대놓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지 못하는, 숨은 표가 있다는 주장이 민주당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 일부 정치인도 샤이 진보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이 후보 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에 못 미치는 점 또한 샤이 이재명의 주요한 근거다. 문 대통령이 윤 후보의 적폐수사를 거칠게 공격한 것도 이 후보를 마뜩지 않아 하는 친문세력 결집을 노린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 반면 '샤이 보수', '샤이 윤석열'의 존재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보수가 굳이 윤석열 지지를 감출 이유가 없고 샤이 유권자는 통상 열세 후보의 표심을 설명하는 용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보수층의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고 윤 후보 또한 보수층이 대놓고 지지 못 할 정도로 흠결이 많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윤 후보 캠프 주변에서는 도리어 안철수 지지와 부동층으로 흩어져 있는 정권교체 표심을 공략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 지난 19대 대선의 경우 유권자 절반가량이 투표 3주 전에 후보를 결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운동 기간이 딱 3주일 남은 만큼 숨은 지지층을 잡기 위한 여야 격돌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공세적 선거운동에 몰입하다 후보 실수로 자책점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두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높고 직설적 성향이라 실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정치 경험이 없는 윤 후보의 경우 ‘열차 구둣발’ 같은 이슈가 다시 터진다면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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