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얼마 전 출근길 버스정류장에 작은 의자가 하나 등장했다. 누군가 갖다 놓은 듯한 연두색 플라스틱 의자는 네댓 살 아이도 앉을 수 있을 만큼 낮고 깜찍했다. 이미 정류장엔 어른을 위한 긴 의자가 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에겐 높다. 새 의자는 아닌 듯 보였지만 어린아이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반갑고 고마웠다. 삭풍에도 미소를 지었다.
□ 무릎이 불편한 노인과 몸을 가누기 힘든 임산부를 위한 배려 의자와 좌석들이 늘고 있다. 서울 중구엔 횡단보도 신호 대기 시 보행 약자들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쉼표 의자’가 있다. 그늘막 기둥에 설치된 접이식 의자는 쉽게 펼 수 있다. 다른 지역에도 같은 용도의 ‘장수 의자’가 많다. 오르막길이나 급경사 계단에 의자를 놓아 둔 곳도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어르신 의자와 함께 어린이가 높은 층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발 디딤대를 둔 곳을 종종 볼 수 있다. 작은 배려지만 큰 안식이다.
□ 서울교통공사는 14일 지하철 3호선에 비좁은 7인석 대신 6인석 전동차를 도입했다. 좌석 폭이 43.5㎝에서 48㎝로 넓어졌고, 임산부 배려석은 이보다 3㎝ 더 넉넉해졌다. 잘한 일이다. 7인석은 옷이 두꺼운 겨울엔 옆 사람에게 민폐가 될까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젠 걱정을 덜게 됐다. 다른 노선에도 확대되길 기대한다.
□ 일반 국민들은 대중교통뿐 아니라 생활이 늘 배려다. 층간소음을 줄이려고 의자 발에도 양말이나 고무덮개, 테니스 공을 씌우면서 산다. 그런데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이가 열차 맞은편 좌석 위에 구두를 신은 채 다리를 뻗어 올려 논란이다. 전국을 오가는 강행군에 얼마나 힘들면 그랬을까 싶다가도 평소 얼마나 다른 이를 배려하지 않고 살면 저런 행동을 할까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이를 홍보 사진이라고 올린 건 더 납득이 안 된다. 상대 당도 돌을 던질 자격은 없다. 식당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다른 이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선 마찬가지다. 모두 상식 밖의 엽기 행각이다. 윤석열의 구둣발과 이재명의 담배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게 과연 민주주의인지 회의감이 든다. 힘든 국민들이 언제든지 앉아 쉴 수 있는 배려의 의자가 되어 줄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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