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 뮌헨안보회의 참석해
"유럽 안보구조 불안전... 쓸모없어" 독설
"지원 감사하지만 구걸해야 하는 건 아냐"
러시아 막는 우크라이나 '방파제' 역할 강조
“영토 일부가 점령된 뒤 제재는 필요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을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친(親)러시아 반군이 점령 중인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휴전협정 파기 정황이 잇따르는 등 러시아의 침공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서방이 ‘외교 카드’만 만지고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서방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도 뒤따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무엇을 기다리는가”라며 서방의 대응이 미진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경제가 붕괴되고 영토 일부가 점령된 뒤의 (서방의) 제재는 필요 없다”며 서방 측이 1994년 우크라이나가 구소련 시절 보유하고 있던 핵무기를 포기한 뒤 서방이 했던 안보 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유럽의 현 안보 구조가 "불안전하며 더는 쓸모가 없다”고 독설을 내뱉았다.
우크라이나는 자주국방 의지를 불태우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의사를 재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트너들의 지지가 있든 없든 우리는 조국을 지킬 것”이라면서 “(무기 등) 지원에 감사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가 독촉하거나 구걸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유럽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셈이다. 또 러시아를 향해 대화를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한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도를 잘 모르기 때문에 회동을 제의한다”며 “우크라이나는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외교적인 길만을 따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가 회동에 응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쟁의 공포에 사로잡힌 주민들은 속속 우크라이나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친러시아 반군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설을 퍼뜨리자 주민들이 러시아 국경을 넘어 피란길에 올랐다고 이날 전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군사행동 구실을 위한 공포 조장이라고 의심하지만, 다수 주민은 실제로 공포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반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은 주민 대피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어린이와 여성 등 6,600여 명이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으로 대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접경에 주민 수용소를 만들고, 피란민 1인당 130달러(약 15만5,000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접하고 있는 폴란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피란민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과 식량 조달, 수송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우크라이나 접경 소도시 프셰미실의 보이치에흐 바쿤 시장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위한 잠잘 장소, 먹을 것, 수송계획 등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