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결국 전쟁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러시아는 21일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두 지역에 평화유지를 내세워 군대 투입을 명령했다. 러시아군이 침공하고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대응하면 유럽은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충돌에 휘말리게 된다. 미러 양국의 긴장도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달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힘으로 국경선을 바꾸려는 러시아의 조치는 평화와 안전을 위한 국제사회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주권국 침공은 강대국의 무력 개입 선례란 점에서도 인정될 수 없다. 미국과 서방이 즉각 단호한 제재를 경고하고, 유엔도 안보리를 긴급 소집해 규탄한 것은 당연하다. 우리 정부도 주권과 영토 보존은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 러시아의 완충지대를 벗어나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옛 소련연방 해체의 결과를 수정하겠다는 의지까지 드러냈는데 그럴수록 러시아는 고립만 자초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4일 미러 외무장관 회담이 예고된 만큼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외교의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는 군사 조치를 철회하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경제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정부의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정부가 2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점검하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한반도 정세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미중 패권경쟁을 격화시킬 수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핵 폐기 대가로 안보와 주권을 보장받았지만, 국제사회 약속은 휴지 조각이 되고 말았다. 북핵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북한이 오판할 여지도 큰 만큼 적극적인 한반도 상황 관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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