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러시아 땅 일부, 국가 지위 가진 적 없어"
군사 행동 목표, 동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듯
"동부 분리독립만 위한다면 19만 병력 필요 없어"
“우크라이나는 꼭두각시가 다스리는 식민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존재 자체를 대놓고 부정했다. 꼭두각시, 식민지 등 폄하는 기본이었고, 심지어 “우크라이나는 국가 지위를 가진 적이 없다”거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주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러시아의 군사 행동 목표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에만 한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돈바스 지역 반군인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분리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기 직전, 한 시간 넘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우크라이나를 싸잡아 비난했다. 국제사회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결정에 앞서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한 연설이라기에는 내용이 상당히 위험했다.
그는 “과거 러시아 지도자들의 정책 실패로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우크라이나를 강탈당했다”면서 우크라이나를 서방이 무단 점령한 “식민지”로, 엄연히 민주 선거로 선출된 우크라이나 통치권자를 “꼭두각시”로 규정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는 고대 러시아 땅으로 항상 러시아의 일부”였으며 “현대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에 의해, 더 정확히는 볼셰비키 공산주의 러시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한 나라의 정통성과 합법성을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이다.
심지어 그는 “우크라이나는 수백만 명의 역사적 기억을 왜곡하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결코 진정한 국가 지위를 지닌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돈바스 지역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를 분쟁지역으로 여기고 ‘속국화 하겠다’는 정세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소련 및 우크라이나 역사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건, 자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라면서 “이런 주장은 우크라이나가 실제 국가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었다”고 평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 안보를 위협한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그는 “미국이 왜 러시아를 ‘적’으로 규정하는지 아는가”라고 화두를 던지며 “정답은 하나다. 정치 체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러시아처럼 강대하고 독립적인 국가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토 문서는 러시아가 유럽ㆍ대서양 안보에 주요 위협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선언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나토의 러시아 공격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크라이나 군대 지휘ㆍ통제권은 이미 나토와 통합돼 있다”며 “최근 몇 달간 우크라이나에 유입된 서방 무기가 러시아 목에 칼을 겨누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나토가 계속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러시아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이제 남은 수순은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밀고 들어가는 것뿐이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해군분석센터(CNA) 마이클 코프먼 연구원은 “러시아가 분리주의 지역 독립을 이끌어내기 위해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병력 19만 명을 둘 필요가 있을까. 심지어 이 부대들은 돈바스 인근에 있지도 않다”며 “돈바스 점령을 넘어 우크라이나 정권교체를 위한 대규모 군사작전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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