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국방부, 푸틴 핵무기 언급 강력 반발
백악관 "러 에너지 제재 카드 테이블 올라"
非군사옵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카드로 거론
러,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도 제재 명단
인플레, 유가 상승 우려...실제 사용엔 신중
우크라이나 침공 후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가 핵 카드를 만지작대자 미국이 격분했다. 국제 금융결제망 퇴출, 수출 통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개인 제재 같은 전방위 압박에 이어 러시아 에너지 수출을 차단하는 '초강수 제재' 카드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미군을 파병하지 않는 한, 비(非) 군사 옵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카드로 간주된다.
미국은 또 러시아의 핵 공격 강행과 우발적인 미러 간 핵 전쟁을 막기 위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까지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올렸다.
푸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핵무기 운용 부대를 향해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한 뒤 미국은 규탄과 경고 메시지를 잇따라 쏟아 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미 ABC 방송 인터뷰에서 “핵 위협은 우리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 과정에서 봤던 푸틴의 전형적 방식”이라며 “앞으로 추가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위협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또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토드 월터스 유럽사령관이 회의를 갖고 “(푸틴이) 오판하면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8일 미국인이 러시아 중앙은행, 연방 국부펀드, 재무부와 거래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인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및 국부펀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한다"며 "이들은 러시아 독재의 상징"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제한하는 방식의 제재 방안도 거론된다. 사키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라고 답했다.
미국은 26일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ㆍ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금융 고립 ‘핵 옵션’ 제재안을 공개했고, 하루 전에는 러시아 금융자산의 80%, 첨단기술제품의 50%에 영향을 미치는 제재안을 발표하며 전쟁 중단을 유도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핵 공격 위협으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자 러시아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에너지 제재안을 거론한 것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 원유의 12%, 천연가스의 17%를 생산하는 세계 2위 수출국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제한할 경우 러시아 경제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자원 부문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문제는 안 그래도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한 상황에 러시아 원유 공급이 제한되면 국제 유가 급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은 이날 기준 갤런(3.78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3.60달러로, 1년 전(2.71달러)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추가 압박으로 이어지면 각국 국민들도 고통에 시달리고 정부의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반만 해도 미국의 제재 방안 중 원유와 가스 분야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에너지 제재까지 나갈지의 여부는 러시아의 향후 행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핵 카드 공개 역시 28일 시작된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용 포석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핵 공격 현실화 같은 극한 대결로 치닫기 전에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해 미국 등은 국제사회 여론 몰이에 나선다. 28일 유엔 긴급 특별총회를 소집해 러시아 철군 촉구 결의안 채택을 시도했다. 유엔 특별총회는 1997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논의 후 25년 만에 처음 소집되는 회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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