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에 200년 침묵 깬 스웨덴]
①발트해 전략 요충 고틀란드 사수 총력
②’군사 비동맹’ 불구 우크라에 무기 지원
③국민 절반 나토 가입 찬성, 반러 감정 ↑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할 경우 군사·정치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러시아가 북유럽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경고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의 파장이 주변국으로 번졌다. 핀란드는 우크라이나처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터라 나토 참여가 러시아에 위협적일지 모른다. 반면 스웨덴은 러시아와 바다로 400여㎞나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상황이 다르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견제에 나서자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은 그간의 앙금을 곱씹으며 본때를 보이려 이를 갈고 있다.
①”고틀란드 넘보지 마”
스웨덴과 러시아 사이에는 발트해가 있다. 제주도의 1.7배 크기인 발트해 섬 고틀란드는 스웨덴과 90㎞, 러시아 발트함대 사령부가 위치한 칼리닌그라드와 330㎞ 거리다. 올해 들어 러시아가 발트해에서 군사활동을 강화하자 스웨덴은 전략적 요충지인 고틀란드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며 맞섰다. 지난 1월 페테르 훌트크비스트 스웨덴 국방장관은 “스웨덴에 대한 공격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가 순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하며 경계수위를 높였다.
스웨덴이 이처럼 날이 서 있는 건 과거 러시아의 도발 때문이다. 2016년 2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나토 보고서를 인용, “3년 전 러시아 공군이 스웨덴을 상대로 수차례 모의 핵 공격 군사훈련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당시 러시아 전략폭격기와 전투기가 고틀란드 앞 스웨덴 영공 38㎞ 지점까지 진입했고, 스웨덴 군 기지와 정보기관 등 핵심시설로 추정되는 목표를 향해 모의 폭탄 투하를 마치고 러시아로 복귀했다고 나토는 분석했다. 스웨덴의 방공망이 속절없이 뚫린 것이다.
②’군사 비동맹’ 원칙 불구, 우크라에 무기 지원
스웨덴은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을 끝으로 줄곧 군사동맹에 가입하거나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다. ‘평시 비동맹·전시 중립’ 원칙을 1814년 이후 200여 년간 고수했다. 1·2차 세계대전은 물론 미소 냉전의 치열한 진영 다툼 속에서도 중립을 지켰다.
스웨덴은 1939년 구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할 당시를 제외하면 외국에 군사장비를 지원한 적도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우크라이나에 5,000기의 대전차로켓을 비롯해 수천 개의 보호장비와 전투식량 등 군사물자를 지원했다. 엄청난 규모는 아닐지라도 스웨덴으로서는 오랜 금기를 깨고 전쟁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반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모두 까기’로 주변국을 무차별 자극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감당해야 할 적의 숫자만 늘린 꼴이 됐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완전한 연대를 맺고 있다”며 “러시아의 불법 침략에 맞서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③나토 가입 못할 이유 있나
나토 30개 회원국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대부분 겹친다. 이와 달리 스웨덴은 정치·경제 통합체인 EU에 가입한 반면 군사적 집단안전보장기구인 나토 회원국은 아니다. 스웨덴을 포함해 핀란드와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키프로스, 몰타 등 6개 EU 회원국은 나토 가입을 미뤄 왔다.
하지만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을 비롯한 러시아의 팽창 야욕이 선을 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에서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스웨덴 국민은 절반에 달한다. 2020년 12월 스웨덴 의회 과반수는 나토 가입 준비에 찬성했다. 핀란드의 경우 나토 가입 찬성 응답이 28%로, 반대(42%)에 훨씬 못 미치는 것과 차이가 크다. 물론 스웨덴 정부는 “나토 가입은 안보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안 린데 외무장관)”며 신중한 입장이지만 이미 스웨덴은 뒷짐만 지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처럼 스웨덴이 공세로 돌아선 데는 갈수록 고조되는 반러 감정이 한몫했다. 2020년 8월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미수 사건 당시 스웨덴은 러시아의 만류에도 아랑곳없이 원인을 규명하는 데 앞장섰다. 또 러시아 주재 스웨덴 외교관이 독일, 폴란드 외교관과 함께 나발니 석방 시위에 참여했다가 추방돼 양국 관계가 악화된 전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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