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측 '휴전과 철군' 요구
러시아 '안보 보장 요구' 고수한 듯
러, 키예프 등 공격 지속...민간인 피해 속출
전문가들 "푸틴 궁지 몰리면 극단 조치 취할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닷새째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양국이 첫 협상에 임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 협상 진행 중에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추가 협상에 대한 기대도 사그라지고 있다.
양국은 이날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에 가까운 벨라루스 고멜에서 개전 후 처음으로 5시간 동안 협상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는 즉각적인 휴전과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 측이 요구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철회 △중립국화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 주권 인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 직후 양측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나 추후 조치 내용 등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양측은 추가 협상을 하는 데는 동의했다. 이날 협상에 참여한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표단 단장은 “우리는 모든 의제에 대해 상세히 논의했으며, 합의를 기대할 만한 일부 지점들을 찾았다”며 “다음 회담은 며칠 내로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일 “협상 내용을 분석한 뒤 추가 협상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2일 추가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의 협상으로 휴전 기대감이 커졌지만, 러시아군은 오히려 공세 수위를 높이며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북동부 제2 도시 하르키프에서는 협상 당일 러시아군의 민간인 거주 지역 폭격으로 어린이 포함 최소 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크게 다쳤다. 키예프 인근에서도 폭발이 계속됐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406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협상 다음 날인 1일 오전에도 키예프 등 주요 도시에 러시아군 공습 경보가 발령됐다. 키예프 외곽에는 수백 대의 탱크와 장갑차 등이 64㎞에 달하는 띠를 이뤄 키예프로 진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양측이 추가 협상을 하기로 했지만 전망은 회의적이다. 우크라이나는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세 가지 안보 요구안에 대해 먼저 확답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프란체스카 지오바니니 유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정책국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안보 요구안에 대해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궁지에 몰릴수록 협상보다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당초 속전속결로 키예프를 장악하려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면서 최근 총공세로 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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