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프라노 네트렙코,
메트의 푸틴 지지 공개 철회 요구에 불응
러 피아니스트 말로페예프 공연도 취소
러시아 출신의 세계 정상급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 무대에 더는 오르지 못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클래식 음악계에서 '친(親) 푸틴' 음악가에 대한 퇴출 압박이 거세진 영향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메트 오페라 측은 3일(현지시간) "네트렙코가 푸틴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철회하라는 메트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예정됐던 공연 출연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네트렙코는 4~5월 푸치니의 '투란도트'와 다음 시즌 베르디의 '돈 카를로'에서 모두 빠진다. 오페라 총감독 피터 겔브는 그를 "메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 중 한 명"이라고 칭하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무고한 희생자를 살해하는 한 달리 나아갈 길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네트렙코는 1일 반전 의사를 밝히며 예정된 모든 공연에서 자진 하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푸틴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이번 메트 측의 결정으로 공연 취소가 확정된 것이다. 그는 2008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인민예술가상(PAR)을 받았고,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 지역의 오페라하우스에 100만 루블(당시 가치로 약 2,000만 원)을 기부한 바 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과거 푸틴 지지 의사를 냈던 러시아 음악가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 미국 공연이 취소됐던 세계적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도 같은 이유로 독일 뮌헨 필하모닉 지휘자 자리에서 퇴출됐다. "뮌헨시가 게르기예프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 했지만 침묵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클래식 공연 기획사인 밴쿠버 리사이틀 소사이어티(VRS) 역시 반전 입장을 공식 표명하지 않는 한 러시아 음악가의 공연을 열지 않기로 했다. 이 결정에 따라 러시아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말로페예프의 공연도 취소했다. 말로페예프는 2014년 13세의 나이로 영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신예다. 그는 오는 5월에는 국내 공연도 예정돼 있다. 피네건 다우니 디어가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전람회의 그림' 공연 협연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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