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간첩 혐의' 러시아 대표단 수송 목적"
러시아 외무부도 "외교관 귀환" 확대해석 경계
러 고위급 대미 '특사' 파견 가능성 배제 못해
러시아 ‘특수비행단’ 소속 항공기가 미국 워싱턴에 착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미국과 러시아 간 인적 교류로 의심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 고위급이 미국에 간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항공기 추적 전문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R24)는 5일 오후 2시 20분(미국 동부 표준시) 러시아 특수비행단 소속 일류신(IL)-96-300기가 워싱턴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AFP통신에 “미국 정부에 의해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유엔 대표단을 귀환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행 목적을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 영공 진입은 금지되어 있지만 (이번 비행은) 미국 정부가 허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당국은 지난달 28일 주유엔 러시아 외교관 12명을 대상으로 오는 7일까지 미국에서 떠날 것을 요청했다. 당시 “미국에 거주하는 특권을 국가안보에 부정적인 간첩 활동에 남용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러시아도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항공기 착륙에 앞서 “특수비행단은 러시아 외교관을 (러시아로) 데려오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출발해 워싱턴으로 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 간 날선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고위급 전용기가 미국에 도착한 것에는 ‘숨겨진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해당 기종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기와 같은 기종인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러시아 고위급이 탑승하고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3차 협상'을 앞두고 러시아 비행기가 미국을 향한 시점도 공교롭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 현지 매체들은 대미 ‘특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발언을 이날 키르기스스탄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 이후 보도하지 않고 있다.
FR24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는 이날 밤 늦게까지 덜레스공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항공기가 항공기식별표지(트랜스폰더)를 꺼놓은 채 러시아로 귀환했을 가능성이 있어 체류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