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도 5일째 중단… 러시아군 맹폭에 전멸 위기
러시아 휴전 불이행, 5일 대피로 개설도 끝내 무산
하르키우·수미도 위태… 호스토멜 공항 연일 교전
러시아는 민간인 대피를 위해 잠시 총을 내려놓기로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 6일째 러시아군에 포위돼 있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은 홀로 고립된 채 말라 죽어가고 있다. 전기와 수도는 진작에 끊겼고, 심지어 사망자 시신을 수습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군의 폭격도 멈추지 않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5일째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추위에 시달리고 있고 저장용수 공급도 끊겨 현재 물 공급이 중단됐다”고 호소했다. 인구 4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장악한 남부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침공한 직후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 왔다.
보이첸코 시장은 “러시아군이 도시를 포위하고 봉쇄하면서 인도주의적 통로를 차단하고 필수품과 의약품, 심지어 아기들 이유식까지 못 들어오게 한다”며 “그들의 목표는 마리우폴의 목을 조르고 견딜 수 없는 압박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 5일간 수십 명이 포격에 사망했고 앞으로 수백, 수천 명이 숨질 수도 있다”며 “공습이 6일간 지속되면서 이제는 사망자 시신을 수습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살해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말하지만, 살인은 바로 그들이 저질렀다”며 “용감한 의사들이 아예 병원에서 먹고 자면서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는 3일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2차 평화 협상에서 교전 지역 주민 대피를 위한 일시 휴전과 인도주의 대피 통로 개설에 합의했다. 그에 따라 이날 마리우폴과 볼노바하 주민들이 탈출할 수 있는 대피로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안전이 확보되지 않아 끝내 무산됐다. 러시아군이 주민들이 대피하기로 한 시간에도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보이첸코 시장은 “(대피를 위해) 버스 50대에 연료를 가득 주입해 두고 있었다”며 “포격으로 인해 버스를 잃어서 지금 남은 버스는 20대 뿐”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도시를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유일한 과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마리우폴에 인도주의적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재차 호소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마리우폴은 러시아군 폭격으로 이미 ‘생지옥’이 됐다. 러시아군의 미사일은 아파트, 주택, 기반시설 등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도시 곳곳에서 화염이 솟구쳤고, 탈출 경로로 설정된 자포리자행 고속도로에서도 연기가 계속 피어 올랐다. 주민들은 “거리에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고 완전히 재앙 수준”이라고 말했다. 18개월 된 어린아이가 폭격으로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비통한 소식도 전해졌다.
마리우폴뿐만 아니다. 그동안 러시아군을 잘 막아냈던 여러 도시가 연일 계속되는 교전에 함락당할 위기에 내몰렸다. 거의 폐허로 변하다시피 한 제2도시 하르키우(하르키프)와 동부 국경 지역 수미에서도 밤사이 대규모 폭격이 계속됐고,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서부 호스토멜 공항에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호스토멜 공항은 러시아군에는 키이우 점령을 위한 군사 기지가 될 수 있고, 우크라이나군에는 러시아군을 막는 최전선 보루라, 양측 간 뺏고 빼앗기는 격전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CNN은 지역 관리 수장인 올렉스 쿨레바의 말을 인용, “키이우 북서쪽은 거의 완벽하게 파괴됐다”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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