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추방당한 러 외교관과 가족 태워 러시아로"
외교관들 모두 뉴욕에...워싱턴 들렀던 이유 '궁금'
일각 "고위 관계자 비공식 만남 있지 않았을까" 추론
러시아는 미국 워싱턴에서 24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러시아 ‘특수비행단’ 소속 일류신(IL)-96 전용기의 동선에 세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항공기 추적 전문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R24)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전용기는 6일 오후 2시 2분(미국 동부 표준시)쯤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을 출발해 뉴욕 존 F 케네디(JFK) 공항으로 향했다. 이어 오후 3시 20분 JFK공항에 도착한 전용기는 4시간여 체류한 뒤 오후 7시 32분 모스크바를 향한 귀환길에 올랐다.
미국 CNN방송은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을 인용해 러시아 외교관 12명과 그들의 가족 등 50명 안팎이 이날 뉴욕을 떠났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미국 양국은 입을 모아 ‘간첩 혐의’로 추방 명령을 받은 러시아 외교관의 본국 귀환을 위한 항공편이라고 전용기 운항 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나 러시아 전용기의 동선을 둘러싼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양국의 발표처럼 추방 외교관 수송이 진짜 목적이었다면 전용기가 워싱턴에 갈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이 추방을 명령한 러시아 외교관은 주유엔 대표부 소속이며, 유엔본부는 뉴욕에 있기 때문에, 양국의 설명대로라면 처음부터 비행기의 목적지는 뉴욕이었어야 한다. 하지만 전용기는 5일 오후 2시 20분 워싱턴에 착륙한 이후 24시간 가까이 머물렀다. 통상 정비나 급유 등을 목적으로 했다고 하기에는 이례적으로 긴 시간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대미 사절이 워싱턴에서 미국 정부 당국자를 만난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제기된다. 러시아의 ‘입’ 역할을 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최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점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뉴스 등은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지만 기자회견 사진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특사’가 라브로프 외무장관이라면, 통상 그의 카운터파트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났어야 하는데, 브링컨 국무장관도 현재 미국에 없다는 점이 걸린다. 그는 3일부터 벨기에, 폴란드, 몰도바 및 발트 3국 순방에 나선 상태다.
그래서 러시아 '특사'가 다른 사람을 만났을 가능성도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동선도 4일 이후 국방부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물론 양국 고위관계자 간 회담이 없었을 가능성도 적지 않고, 설령 비공식 만남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미묘한 시기에 이를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이 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제재를 취한 상황에서, 러시아 최고위 인사들이 해외 순방에 이용하는 비행기가 워싱턴에 24시간 동안 머물렀다는 점은 뭔가 미심쩍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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