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21년 유럽 무기 수입 규모 19% 증가
러시아 크림반도 병합·돈바스 분쟁 이후 변화
전쟁은 하루아침에 터지지 않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부터 유럽이 서서히 ‘화약고’로 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러시아의 안보 위협이 고조되면서 유럽 각국이 앞다퉈 군비 증강에 나섰다는 의미다.
14일(현지시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1년 전 세계 무기 교역 규모는 이전 5년과 비교해 4.6% 감소한 반면, 유럽의 무기 수입은 되레 19% 증가했다. 세계 주요 지역 중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전 세계 무기 교역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도 13%로, 역시 이전 5년(10%)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지몬 베제만 SIPRI 수석연구원은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가 유럽 국가들의 무기 수입이 늘어난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은 유럽 내 군비 경쟁을 가열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베제만 연구원은 “무기 수입 계획을 세우고, 주문을 하고, 무기를 생산하는 과정에 최소 2년은 걸리기 때문에 이제야 수치로 확인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세계 1위 무기 판매국 미국의 무기 수출이 14% 증가하고, 세계 3위 수출국 프랑스는 무려 59% 급증한 것도 유럽의 군비 증강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미국은 전투기 공급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영국, 노르웨이, 네덜란드는 F-35 전투기를 모두 합쳐 71대 사들였다. 2020, 2021년에는 핀란드가 64대, 폴란드가 32대를 각각 주문했다. 유럽 내 안보 갈등이 표면화하기 전에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상당했다는 방증이다.
이에 반해 우크라이나로 건너간 무기는 많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국가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구소련 시절 무기들을 다수 보유한 것도 주요 이유로 거론된다. SIPRI 보고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군사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의미를 더 고려했다”며 “올해 2월까지도 주요 무기 수출국들은 러시아와의 분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무기 판매를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 구입한 무기는 터키산 전투용 무인기(드론) 12대, 미국산 대전차 미사일 540대, 장갑차 87대, 체코산 대포 56문 등이다.
SIPRI는 이번 전쟁으로 향후 몇 년간 전 세계 무기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도 군비 증강의 필요성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SIPRI 유럽 안보 담당 이언 앤서니 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유럽의 정치ㆍ군사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며 “포괄적 안보 개념 아래 유럽이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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