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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 수행을 잘할 것이란 여론조사 응답이 절반을 겨우 넘었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기대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0.7%포인트라는 역대 가장 적은 표차에 이어 당선 컨벤션 효과도 없는 것이다. 국민 절반의 냉랭한 시선이 상당한 부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입에 쓴 보약이 될 수도 있다.
□ 14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국정 수행에 대해 ‘매우 잘할 것’은 35.2%, ‘약간 잘할 것’은 17.6%로 긍정적 응답이 52.7%였다. 부정적 응답은 41.2%(별로 잘하지 못할 것 12.2%, 전혀 잘하지 못할 것 29.0%)였다. 윤 당선인의 대선 득표율(48.56%)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47.83%)를 찍은 유권자들의 반감과 경계심이 여전한 셈이다.
□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절반에 못 미치는 득표를 했더라도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2017년 문재인 당선인이 41%의 득표율을 올렸지만 당선 직후 국정 수행을 잘할 것이란 응답은 74.8%를 기록했다. 2012년 대선 직후에도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64.4%였고 이명박 당선인은 79.3%였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초기에는 60~70%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윤 당선인이 이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진영 대결이 고착화된 신호일 수 있지만, 애당초 능력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지지자들도 선거 과정에서 지지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게 능력이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명분이었다.
□ 컨벤션 효과가 없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기준이 낮은 까닭에 국정 수행을 조금만 원만히 수행해도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컨벤션 효과 대신 기저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에 대해 늘 열망과 실망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윤 당선인이 이 사이클을 깰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반전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대통령제 자체에 대한 국민적 회의감이 커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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