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의 16일 오찬 회동이 예정 시간을 네 시간 앞두고 갑작스럽게 연기됐다. 양측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뿐만 아니라 협치의 출발점으로 기대됐던 이번 회동이 되레 신구 권력 간 힘겨루기로 미뤄진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동 연기는 최근 여러 현안에 대한 양측의 신경전을 감안하면 실무적 차원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만 해도 윤 당선인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함께 사면할 것이라고 말해 여권을 자극했다. 마치 김 전 지사를 살리기 위한 거래 카드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활용할 것이란 취지여서 청와대에서도 불쾌한 반응이 나왔다. 아울러 권 의원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한 것도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처사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윤 당선인 측근 인사들이 점령군 행세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청와대 역시 순조로운 정권 인계를 위해선 남은 기간 공공기관장 인사에선 당선인 측과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 기관장들은 새 대통령과 함께 일한다는 점에서 곧 물러날 문 대통령이 무리하게 인사권을 고집하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다.
격렬한 네거티브로 얼룩졌던 이번 대선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것은 신구 권력 모두의 몫이다. 문 대통령이나 윤 당선인 역시 국민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해 놓고선 서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적절치 않다. 특히 두 사람은 한 배를 탔다가 갈라선 터라 정권 인계 과정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 잡음이 계속되면 협치는 고사하고 자칫 정치 보복의 악순환이 거듭되지나 않을지 우려스럽다. 양측은 힘겨루기를 자제하고 국민 통합을 위해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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