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흩어진 홍콩 운동가들
"우크라이나에 동질감"...
난민 구호 운동 적극 합류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수호자는 민주주의를 빼앗겨 본 사람들이다."
홍콩 인권 운동가 출신인 새뮤얼 추는 최근 자신이 우크라이나 난민 구호 활동에 투신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러시아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모습에서 과거 중국으로부터 홍콩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던 자신들의 모습이 보였다는 뜻이다.
2019년 중국 본토에 맞서 홍콩 민주화 시위에 나섰다가 지금은 세계 각국으로 흩어진 홍콩 분리주의자들이 최근 반(反)러시아 운동에 뛰어들고 있다. 17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캐나다 오타와에 본부를 둔 홍콩 인권 단체 '캐나다-홍콩 연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캐나다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막아줄 것을 촉구하는 로비 활동에 돌입했다. 홍콩 인권 운동가들이 영국 브리스톨에 설립한 '잉글랜드 굿네이버스 교회'는 지난 8일 우크라이나에 난민 지원팀을 파견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탈출 중인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직접 돕기 위해서다.
이들의 공통점은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구호를 앞세운 2014년 '우산혁명', 홍콩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내용을 담은 '범죄인 송환법' 저지를 위해 시작된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모두 참여한 '투쟁 경험'이다.
홍콩에서 활동하다 지금은 중국의 탄압을 피해 영국에 살고 있는 인권 운동가 페르미 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나에게 익숙한 분노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최소한 자신들이 누렸던 삶을 지키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그들은 홍콩인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캐나다-홍콩 연대' 관계자도 "우크라이나는 홍콩인들에게 매력적인 영감과 유대감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각국의 홍콩 관련 단체들은 우크라이나 구호를 위한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영국에 기반을 둔 11개 홍콩 인권 단체는 영국 정부에 공동 명의의 서한을 최근 발송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입국 비자를 면제해달라"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홍콩을 위한 캠페인'도 동참했다.
앞서 6일 일본 도쿄에서 4,000명의 외국인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러시아 규탄시위에도 홍콩인들은 빠지지 않았다. 일본 내 우크라이나 교민 중심의 시위였지만 '시대 혁명, 광복 홍콩'이라고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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