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채이자 달러로 시티은행 등에 송금
서방 제재 영향으로 늦게 확인돼
채권 이자 보내도록 5월 25일까지 예외 허용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서방의 경제제재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였던 러시아가 16일 동결된 자산을 이용해 일부 채권자들에게 달러화로 이자를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의 이자 지급 및 채무 상환이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이자 지급이 이뤄지면서 디폴트를 모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국채 투자자와 러시아 간 중개 은행 역할을 하는 JP모건을 인용해 "러시아가 달러로 국채 이자를 지급했으며, 이를 해당 은행인 시티은행 등에 이체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러시아가 1917년 이후 100여 년 만에 닥친 디폴트 위기를 피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16일까지 총 1억1,700만 달러(약 1,450억 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이미 미국 은행에 이자를 보냈다"고 밝혔지만, 서방의 제재로 이자 지급이 제대로 처리됐는지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또 실루아노프 장관이 제재로 송금한 돈이 국채 투자자들에게 지급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루블화로 지급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디폴트 선언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몇몇 채권자들이 달러화로 이자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 채권자는 "예상과 달리 이자가 달러로 지급됐다"며 놀라워했고,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국채를 보유한 고객이 이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일부 채권단은 아직 국채 이자를 받지는 못했지만 최근 러시아 국영·민간 기업으로부터 경화(달러) 채권 이자를 받았다며, 자금 지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이자 지급 자금은 대(對)러시아 제재로 동결된 해외 자산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 방송은 미 재무부가 자국 금융기관과 러시아 중앙은행·재무부 간 거래를 금지했지만, 5월 25일까지만 한시적으로 러시아 채권 소유자들이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 6,300억 달러 이상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 평시라면 이자 지급이 가능했겠지만, 금융제재 후 서방에 예치된 3,150억 달러는 접근이 차단된 상태였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30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다만 이번 위기는 넘겼어도 러시아의 국가 부도 위기가 전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당장 다음 달 4일까지 2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만기가 또 돌아오는 데다 올해 말까지 400억 달러 규모의 외화 빚도 갚아야 한다. 조니 굴덴 JP모건 전략가는 "이번 주 (국채 이자) 지급이 이뤄지더라도 다음 지급은 다르게 처리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