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치세력 평화 대화 조성' 목표지만…
"아웅산 수치ㆍNUG 면담 불가" 군부 고집
"군부 친화적 접근법으론 해결 힘들어" 지적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이 쿠데타 발발 14개월째를 향하는 미얀마에 사태 해결을 위한 특사단을 처음으로 파견했다. 중재를 통해 쿠데타 군부와 반(反)군부 민주진영의 대화 창구를 열기 위해서다. 하지만 군부가 특사단과 민주진영의 만남을 막고 있어, 이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1일 크메르타임스 등 동남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쁘락 소콘 캄보디아 외교장관은 이날부터 23일까지 미얀마를 아세안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다. 이번 일정에는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 리얌밍 아세안 재난관리 인도주의지원센터(AHA) 상임이사 등 아세안 사무국 관계자도 동행했다. 지난해 4월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 특사단 파견을 결정한 지 약 1년 만에 군부가 이들의 현지 활동을 수용한 것이다.
어렵게 방문이 성사됐으나 이들의 동선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특사단은 군부와 일부 친(親)군부 소수민족 대표와의 면담 위주로 일정을 잡았을 뿐, 반군부 진영과의 면담 성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군부가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현지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국민통합정부(NUG) 인사들을 '반국가 테러리스트'로 규정, 접촉을 원천봉쇄하기 때문이다.
군부는 아세안 특사단의 거듭된 요구에도 큰 의미가 없는 추가 일정만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문민정부를 이끌었으나 지금은 군부에 투항한 헨리 반 티오 전 부통령, 1988년 미얀마 민주화 항쟁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돌아선 고 고 키 전 대학연합회장과의 대화만으로도 민주세력과의 면담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아세안 주도 협상 테이블에서 민주진영 인사들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는 셈이다.
소콘 특사도 첫 방문만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출국 전 캄보디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사태 해결은 '나무 심기' 과정과 유사하다"며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선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세안 내에선 '캄보디아의 접근법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동남아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의장국인 캄보디아는 친군부 성향 때문에 싱가포르 등 아세안 내 반군부 국가들의 견제와 반발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며 "지금처럼 군부에 치우친 해결 방식으로는 '사태 해결을 위한 평화적 대화 창구 마련'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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