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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4월 준공돼 현대차 경차 캐스퍼를 양산하고 있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국내 대규모 제조업 사상 최초의 상생형 일자리 창출모델 사업장으로 주목받았다. 성공을 위해 투입된 사회적 노력도 막대했다. 상생형 사업장으로서 GGM 투자의 기본 조건은 근로자 평균 초임연봉을 상대적으로 낮은 3,500만 원(주 44시간 기준)으로 책정해 생산성과 차량의 가격 경쟁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정규직 약 900개 등 직·간접 일자리 1만 개 이상을 창출할 GGM 투자를 성사시키기 위해 청와대는 국책사업처럼 지원했다. 광주시와 현대차, 한국노총 등 노·사·민·정이 임금과 임단협, 경영시스템 등에 걸쳐 결렬과 재개를 끝없이 거듭하는 지루한 협상과정을 거쳤다. 마침내 공장이 준공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로 향하던 기업의 발길을 되돌리고 국내에 얼마든지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무척 감격해 했다.
▦ 하지만 최근 발표된 지난해 해외직접투자액 규모는 GGM 투자와 성공을 머쓱하게 만들 정도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 등의 해외직접투자액은 758억7,000만 달러다. 전년 대비 32.8% 증가한 사상 최대치다. 투자액을 원화로 환산하면 약 93조 원이다. 약 5,600억 원이 투자된 GGM 준공에 감격하는 동안, GGM 규모 완성차 공장 약 160개를 만들 수 있는 막대한 국내 자본이 1년 동안 외국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의 잇단 ‘탈(脫)한국’ 행보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현지 시장 접근, 미국 등의 생산지 차별 극복 등을 위한 일종의 전진기지 구축을 위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외직접투자가 매년 급증하는 이면엔 국내 기업환경과 생산성 저하가 만만찮게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 대통령은 GGM 준공식에서 “서로 양보하고 힘을 모으는” 사회적 미덕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어설픈 미덕보다 국내외 투자자에게 합당한 경쟁력과 생산성을 보장해줄 보다 치열한 투자유치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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