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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33회 위치추적장치 꺼버린 러시아 유조선, 제재회피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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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33회 위치추적장치 꺼버린 러시아 유조선, 제재회피 의혹

입력
2022.03.28 16:29
수정
2022.03.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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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당 평균 14회의 2배 넘는 수치
"유조선 간 석유 환적" 추정 나와

지난 2019년 3월 찍힌 러시아 이르쿠츠크지역 야라크타 정유소의 모습. 증류기 맨 위에 러시아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야라크타=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9년 3월 찍힌 러시아 이르쿠츠크지역 야라크타 정유소의 모습. 증류기 맨 위에 러시아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야라크타=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유조선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자동 식별장치(AIS)를 끄고 항해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를 회피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사실이라면 국제해양법 위반은 물론 잇따른 제재 조치로 사실상 석유 수출입이 막힌 북한과 베네수엘라 등 ‘불량 국가’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해양컨설팅업체 윈드워드의 분석을 인용해 러시아 유조선이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AIS를 끄고 활동하는 이른바 ‘암흑 활동’을 최소 33차례 일삼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주간 평균 암흑 활동 횟수인 14회의 2배가 넘는 수치로, 주로 러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및 그 인근 해역에서 포착됐다. 국제해양법은 선박이 항해 시 AIS를 작동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5월 “AIS를 비활성하는 것은 제재 회피를 위한 가장 기만적인 관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유조선이 위치 추적을 피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잇따라 단행한 대(對)러시아 제재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앞서 8일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영국도 같은 날 연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제재 유예 기간이 있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이 당장 불법으로 간주되지는 않지만, 혹시 모를 위험 때문에 러시아 선박이 제3국 선박과 환적하는 사이 위치추적을 피하고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28일 오후 4시(한국시간) 현재 러시아 이르쿠츠크 인근에서 항해 중인 선박이 위성에 포착돼 있다. 이 중 주황색으로 표시된 선박은 유조선이다. 배슬파인더 캡처

28일 오후 4시(한국시간) 현재 러시아 이르쿠츠크 인근에서 항해 중인 선박이 위성에 포착돼 있다. 이 중 주황색으로 표시된 선박은 유조선이다. 배슬파인더 캡처


윈드워드는 “대부분의 암흑 활동은 러시아 선적 또는 소유 선박과 비러시아 선박의 접선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르 센더 윈드워드 프로그램책임자는 “최소 3시간 동안 지속된 선박 대 선박 회합은 유조선이 (석유를) 환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윈드워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영해에 최초로 진입한 미국ㆍ영국ㆍ독일 등 서방 선박이 최소 22척이라고 밝혔다. 서방 선박이 러시아제 원유를 운반하기 위한 목적으로 러시아에 기항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해상 물류를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출은 8개월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석유업체들과 거래상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기피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수출량이 급격히 줄었다고 이날 전했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주 러시아산 원유 해상 수출 규모는 하루 214만 배럴인데,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시점인 2월 21∼27일 주간 평균보다 38.2% 줄어든 것이다. 원유가 통상 계약 3주일 후 수출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국과 영국 등의 제재 및 주요 석유 업체의 러시아산 원유 보이콧이 이제서야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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