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서방이 '경제 전쟁' 이끌고 있다" 비판
英 존슨 총리 "러, 완전히 경로 바꾸도록 추가 압박 필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경제 제재는 러시아를 향한 '전면전' 선포나 마찬가지라며 제재를 부과한 서방을 비판했다. 러시아 입장에선 제재가 가능한 빨리 해제돼야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휴전이 이뤄져도 제재가 즉각 풀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 공영 PBS방송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 캐나다 등의 국가가 우리의 자금을 동결하고 자금줄을 끊으면서 무역과 경제 분야의 전쟁을 이끌고 있다. 우리는 '전면전'에 돌입한 것 같다"며 경제 제재를 전쟁에 비유했다. 이어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군대 기반을 이끌고 우리의 국경에 다가오는 게 두려웠을 뿐"이라며 전쟁의 책임을 서방에 돌렸다.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시행된 대러 제재로 러시아는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러시아 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설탕 등 생필품 가격은 한 주 만에 14.5% 올랐고, 루블화 가치는 올해 초보다 22% 이상 하락했다. 루블화 추가 폭락을 막기 위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번 달 금리를 20%까지 인상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도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협상이 급진전되며 휴전 기대도 커지고 있지만, 휴전 후 제재가 즉각 해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과 영국이 해제 조건으로 휴전 외 사항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9일 내각 회의에서 "휴전만으로는 러시아에 대한 영국의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며 "러시아가 완전히 경로를 바꾸도록 추가적인 경제 조치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16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미국 공영라디오 NPR와의 인터뷰에서 제재 해제 조건으로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철수가 필요하다”며 "추후 1~3년 안에 러시아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언제든 무력을 사용해 원하는 것을 얻어 내려는 푸틴 대통령에게 본때를 보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제재 해제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9일 5차 휴전협상 후 발표한 화상 연설에서 '협상에서 들려오는 신호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협상이 러시아의 제재 해제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 우리 것을 되찾고 정의를 회복할 때까지 제재 문제는 제기될 수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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