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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기질 버려야 성공한 대통령 된다

입력
2022.04.0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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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013년 10월 21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증언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013년 10월 21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증언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다음 달부터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은 윤석열이다. 좋든 싫든 그가 성공해야 나라가 번영하고 국민이 편안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회동에서 윤석열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건네며 “꼭 성공하길 빈다”고 말한 것도 단순한 덕담만은 아닐 것이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훗날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인 검사 기질부터 버려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본질은 잘 변하지 않기에, 과거를 보면 그 사람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바꾸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몸에 밴 기질을 쉽게 못 이긴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가 몸담았던 검찰과 대통령의 길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검사처럼 살려고 하면 정의와 뚝심의 아이콘은 순식간에 아집과 거짓말의 대명사로 인식될 수 있다. 대통령 자리에서 답습하지 말아야 할 검사 윤석열의 불편했던 모습은 한둘이 아니다.

①자기 마음대로 일이 안 풀린다고 절대 남 탓 하면 안 된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특종을 원하는 기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언론을 쥐락펴락했다. 자신이 흘리는 말 한마디에 여론이 요동치는 걸 경험한 탓인지 매체 성향과 특성까지 구별해 언론 플레이도 했다. 전직 대통령 2명과 대법원장, 그리고 한국 최대 재벌 총수까지 감방에 넣었으니 어떤 검사도 이런 성과를 낸 적이 없었다. 우호적 여론과 전례 없는 수사 성과로 자기 확신이 강해진 탓인지 그는 반대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영장이 기각됐다고 법원을 향해 아무 거리낌 없이 “이런 수사는 하지 말라는 모양”이라며 큰소리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②성과에 집착해 누군가의 희생과 절차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 당선인의 압박 수사로 여러 피의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에 연루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목숨을 끊었고,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방해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엔 위임전결 규정을 무시하고 상부에 보고도 없이 공소장을 변경했다가 징계를 받았다.

③상황을 모면하려고 변명하거나 거짓말해선 안 된다.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있는지 추궁받았다. 윤 당선인은 당시 부인했지만 그의 육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탄로 났다.

④대통령은 화가가 아니기에 그림 그려놓고 융통성 없이 국정을 운영하면 안 된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멈춰야지 고집 부릴수록 상황만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국정원 댓글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윤 당선인 휘하 수사팀이 기소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도 무리한 수사와 기소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그는 밀어붙였고 결국 완벽하게 무죄가 났다.

“검찰 주장과 논리가 우연적이고 지엽적 사실의 조각들로 성글게 엮여 그 안에 여러 불일치와 모순이 있는데도 김용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수의 증거를 무시했다." 재판부 지적을 윤 당선인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잘못된 기소는 한 사람 인생을 망치지만, 나라 운영이 잘못되면 전 국민이 고통받기 때문이다.


강철원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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