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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코로나19에 확진됐던 아내가 7일간의 격리를 끝내고 공식 ‘완치자’로 인정받은 지 3주일이 지났다. 기침이 멎은 건 다행이지만 여전히 “목이 많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심한 어지럼증까지 생겨 이비인후과 치료까지 받았다. 인후통과 어지럼증은 ‘롱 코비드’ 증상 중 하나다.
□ 국내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1,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코로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후유증이 12주 이후에도 계속되고 다른 진단명으로 설명되지 않으면 롱 코비드로 간주한다. 우리보다 코로나 유행이 빨랐던 서구 국가들에서는 이미 1차 대유행기부터 롱 코비드에 대한 연구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이런 연구들에 따르면 가장 흔한 후유증은 기침, 가래다. 이 밖에도 피로감, 호흡곤란, 흉통, 기억력 감소, 이명 등 관련 증상이 200개 가까이 된다. WHO에 따르면 전체 확진자의 10%가량이 12주 이후에도 후유증을 겪고 있는데, 이 비율이 30%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격리가 끝났다고 병이 끝난 게 아니라는 얘기다.
□ 국립보건원도 완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후유증 연구를 시작했고 3개월마다 조사를 진행해 하반기에 중간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기저질환자ㆍ중환자ㆍ60세 이상이 주로 대상이었던 기존 연구와 달리 기저질환이 없는 60세 미만 완치자도 연구 대상에 포함돼 보다 다층적인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코로나19를 앓은 뒤 후유증이 생겼지만 명확한 병명도 모르고 치료도 막막해하는 이들에게는 희소식이다.
□ 2년 가까이 이어져온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전략은 유행 양상과 변이 병독성 등을 감안해 전환돼왔다. 유행 초기에는 입국자 규제 등 유입 통제가 과제였고, 유행기에는 검사-추적-치료 등을 통한 확산 최소화로 목표가 바뀌었다. 전파력 최강인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한 지난해 말부터는 기저질환ㆍ고령층 등 취약층의 위중증 이환율 최소화가 당면과제가 됐다.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이 꺾이면서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지만 당국에는 롱 코비드 대응이라는 또 다른 숙제가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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