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반대' 피켓 들던 오브샤니코바
독일 유력 일간 '디벨트' 특파원으로
뉴스 생방송 도중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깜짝 시위’를 벌이면서 전 세계 ‘반전(反戰) 아이콘’으로 떠오른 러시아 방송사 직원이 독일 신문 기자가 됐다. 그는 앞으로 러시아 현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현장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독일 유력 일간 디벨트(Die Welt)는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 편집자이던 마리나 오브샤니코바(44)를 자사 모스크바 주재 프리랜서 특파원으로 채용한다고 밝혔다. 오브샤니코바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상황을 취재한 뒤 신문에 기사를 보낼 뿐 아니라, 회사가 소유한 방송사에서도 활약할 예정이다.
울프 포샤르트 디벨트 편집국장은 “오브샤니코바는 결정적 순간에 현실에 대한 꾸밈없는 관점으로 러시아 시청자들과 맞설 용기를 지녔다”며 “국가 탄압이라는 위협에도 불구, 가장 중요한 언론 윤리를 지키기도 했다”고 채용 배경을 설명했다. 오브샤니코바 역시 성명을 통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용감한 국민들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이 자유를 위해 일하는 것이 언론인으로서 나의 의무”라고 발표했다.
이날 게재된 그의 첫 기사는 시위 이후 직면한 자신의 삶에 대한 내용이었다. 자동차 타이어 공기가 모두 빠져 있는 경우는 일상이 됐고, 심지어 반려동물 사료조차 사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러시아인의 83%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한다는 최근 설문조사에도 의혹을 제기하며 “누군가 갑자기 전화해 푸틴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지지하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하겠느냐”고 적기도 했다.
오브샤니코바는 지난달 14일 채널1 뉴스 생방송 도중 “전쟁 반대. 프로파간다를 믿지 않는다”라고 쓴 종이를 들고 모스크바의 스튜디오에 뛰어들었다. 이후 14시간 넘게 경찰 조사를 받았고, 법원으로부터 무허가 집회 혐의로 3만 루블(당시 환율로 약 33만 원)의 벌금을 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영상 메시지로 반전 집회를 주동한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러시아가 새로 입법한 러시아군 관련 ‘가짜뉴스’ 확산 혐의가 추가되면 최대 15년 징역형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당시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망명을 권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그는 당시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도 계속 러시아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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