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견디는 구조, 방어자에 유리한 통신체계
철강 나르던 지하 터널망이 방공호 역할
러시아 측도 “도시 아래 또 다른 도시” 불평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이 러시아군의 최후통첩을 거부한 지역 최후의 저항지로 주목받고 있다. 연간 400만 톤의 철을 생산하던 제철소가 수천 명의 군인과 시민의 목숨을 건 마지막 항전의 보루가 된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군이 도시 대부분을 점령한 마리우폴에서 아조우스탈이 우크라이나군의 거점이자 시민의 피란처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조우스탈에서는 약 2,500명의 우크라이나군이 1만2,000여 명의 러시아군에 맞서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투부대인 아조우 연대도 이곳에 있다.
독특한 제철소의 구조가 든든한 방어막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리우폴 남쪽 해안가를 따라 건설된 제철소는 폭격과 봉쇄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방어자에게 유리한 통신체계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에트연방 초기에 건설된 아조우스탈은 1941~1943년 나치 점령기에 폐허가 됐다가 재건됐다. 11㎢ 면적으로 서울 여의도의 4배 규모에 달한다.
또 철강 생산물과 재료를 나르던 넉넉한 지하 터널망도 우크라이나인의 항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도 공습을 피할 수 있는 방공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날 마리우폴 시의회는 대부분이 여성, 어린이, 노인인 민간인 1,000여 명이 제철소에 대피해 있다고 밝혔다. 지하공간에는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등 군수품도 다수 보관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우폴 대부분을 장악했지만 아조우스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러시아 측에서도 불평이 터져 나왔다. 친러 반군이 장악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얀 가긴 고문은 지난주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조우스탈에 대해 “도시 아래 또 다른 도시가 있다”고 비유했다. 그는 이어 “이곳(아조우스탈)은 폭격과 봉쇄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고, 방어자에게 유리한 통신체계가 구축돼있다”고 덧붙였다. 압도적 병력이 포위한 채 공세를 퍼부어도 장악이 쉽지 않다고 실토한 셈이다.
하지만 마리우폴 함락을 눈앞에 둔 러시아군의 공세가 지속·강화되면서 아조우스탈은 ‘바람 앞의 등불’이 돼가고 있다. 두 달 가까이 러시아는 아조우스탈에 미사일과 폭탄을 대량 투하하고 있으며, 앞서 16일에는 “생명을 지키려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분석가 세르히 즈구레츠는 “아조우스탈의 규모와 양측의 공방 상황을 감안하면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 벙커버스터(지하를 목표로 한 폭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한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함락을 포기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아조우스탈에 대한 공세가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키운다. 크림반도를 러시아 본토와 연결해 러시아의 숙원인 부동항 확보와 이용을 수월하게 하는 전략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도시로서 그 자체로 지정학적 가치가 높다. 러시아가 석탄 매장량이 풍부한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면 아조우스탈을 재건해 철강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도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당하기 전까지 세계 5위 철강 생산국이었다. 러시아군과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군은 19일 아조우스탈 소탕 작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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