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 전, 스물다섯의 나는 재테크의 'ㅈ'자도 몰랐다. 스무 살부터 대학 대신 사회로 뛰어들어 친구들보다 빨리 돈을 벌었다. 그러나 노는 게 제일 좋다는 '뽀로로'보다도 나는 노는 걸 더 좋아했고, 돈은 쓰는 거지 모으고 불린다는 공식이 없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사고 싶은 거 다 쓰고 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스물여섯 살이 되던 해에, 내 주머니에 남는 건 카드 명세서밖에 없다는 사실에 인생에서 가장 큰 현실 자각 타임이 왔었다. 6년간 일했는데 통장 잔고 0원이라는 현실 앞에 그동안 웃고 떠들던 날들과 인맥은 그 어떤 위로도 주지 못했다. 욜로족 시절의 나는 스스로 '노는 것'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저 돈 모으는 건 싫어서 다 쓰며 산 것뿐이었다. '돈'과 '자본주의'를 회피한 채 말이다. 자본주의에 살면서 자본주의를 등 돌린 채 20대의 절반을 보낸 것이다.
정말 내가 노는 것을 선택했다면 스무 살부터 세계 각지로 여행을 다녔을 것 같다.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니까 오늘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세상이 넓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으로 썼어야 했다. 과거에 후회가 없는 편이지만 유독 이 부분에는 후회가 많다. 단순 꾸밈비보다 경험 소비에 더 투자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종종 든다.
내 또래들이 예전의 나처럼 회피가 아닌 선택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쓴다. 내가 하는 선택과 회피의 차이는 이렇다.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은 선택이고, 몰라서 그것밖에 못 하는 것은 회피다. 경제적 자유는 더 많은 선택지가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2,000원짜리 일반 김밥과 5,000원짜리 건강 김밥이 있다고 한다면 2,000원밖에 없어서 일반 김밥을 먹는 것과, 5,000원이 있지만 일반 김밥이 더 먹고 싶어서 일반 김밥을 먹는 것은 다르다. 집도 마찬가지다. 집을 살 수 있지만 사지 않는 것은 선택, 집을 사는 방법도 모르고 돈을 어떻게 모으는지도 몰라서 집을 사지 못하는 건 회피다. 무주택자라는 결과는 같지만, 과정이 다른 것이다.
난 3년 전, 스물여섯 살에 내 집 마련을 위해 재테크를 시작했고, 지난해 스물여덟 살의 나이에 인생 첫 등기를 쳤다. 20대가 되고 6년 내내 회피하다가 처음으로 스스로를 마주하고 '선택하는 인생'을 살기로 다짐한 후 이룬 큰 성과였다. 이런 과정을 유튜브 '김짠부 재테크'라는 채널에서 모두 나누고 있는데, 채널을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게 된다. 과거의 나처럼 선택이 아닌 회피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제라도 선택하는 삶을 살고자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
가장 위험한 유형은 분명 회피 중인데 그걸 선택이라고 믿는 경우다. 우리는 몇 십 년 동안 '나'와 가장 가까이 살기 때문에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부자로 가는 길에 마음속 거울을 마주하는 일은 필수 코스다. 지금 내가 '선택'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 중 진짜 선택은 무엇인지, 인정하기 싫지만 회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야 그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 회피하지 않아야 앞으로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만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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