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특별사면을 단행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치권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론이 부상했지만 임기 말 마지막 사면에 명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8일 석가탄신일을 계기로 사면 절차를 밀어붙이기에는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다. 사법정의 및 법치주의 훼손 앞에서 헌법적 권한을 멈춘 문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한다.
임기 말 사면론은 최근 문 대통령이 “(MB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언급하면서 급부상했다. 이후 진보 진영에서 김경수 전 지사와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씨 등의 동시사면 요구가 터져 나오고 경제계에서는 경제인 사면 요청이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싸늘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MB사면 찬반 의견은 40.4% 대 51.7%였고, 김 전 지사의 경우 반대(56.9%) 의견이 찬성(28.8%)의 두 배였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은 68.8%가 찬성했지만 임기 말 대통령 사면권에 대한 국민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문 대통령의 사면 자제 판단에는 국민 공감대가 크게 작용한 셈이다.
문 대통령 판단은 원칙에도 부합한다. 문 대통령은 “사면은 사법정의와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사법정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며 기회 있을 때마다 사면권을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경제인 사면에 대한 긍정 여론조차 배제함으로써 문 대통령은 법 앞의 평등 원칙도 고수했다.
문 대통령 판단에 따라 사면권 행사에 대한 고민은 고스란히 새 정부의 몫이 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집권하면 이명박ㆍ박근혜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터라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새 정부가 국민 통합을 명분 삼아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인 사면권을 행사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때에도 예외적이고 제한적인 사면 원칙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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