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전승절 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2차 대전의 연장이며, 우크라이나군은 나치란 허위 주장을 반복했다. 붉은광장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 푸틴은 “서방이 러시아 침공을 준비했다”며 “군사작전은 불가피하고 시의적절하며, 적확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탈(脫)나치 명분을 내세워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행사에 맞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폭격을 재개했다.
러시아는 나치 독일이 항복한 이날을 국가적 행사로 기념하고 있으나 푸틴은 이를 정치행사로 이용해 왔다. 이번에도 그는 “러시아에, 승리를, 만세”를 외치며,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통해 국민 지지를 끌어내려 했다. 이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치 범죄를 따라 하는 푸틴은 실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전승절 행사는 70일 넘게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를 가를 행사로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푸틴은 침략 정당화에 연설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특별한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푸틴이 지금까지의 제한전이 아닌 전면전을 선언하고 국가동원령을 내릴 경우 상황은 통제불능에 빠져들 수도 있었다. 물론 푸틴은 휴전도 시사하지 않아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서방도 물러서지 않고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어 언제든 상황은 악화할 수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하루 앞서 러시아산 원유 금수를 약속했고, 유럽연합은 구체적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이유는 분명치 않으나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푸틴이 전면전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서 당장 주변국 확전 등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서방 견제를 위한 핵 전쟁 지휘통제기의 공개도 기상악화를 이유로 하지 않았다. 푸틴의 출구전략 찾기로 해석하기엔 이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생긴 것만 해도 긍정적이다. 섣부른 기대를 할 것은 아니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분기점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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