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 사태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여 만에 해제됐다. 세계 각국이 팬데믹 이전의 삶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했다. 미국은 상위 1% 가구 순자산이 23% 급증한 반면, 하위 20%는 2.5% 증가에 그쳤다. 우리나라도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재벌의 경영권 세습 등으로 국민 55%가 반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의 양극화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은 사회의 공기(公器)이며, 회사 이익은 임직원과 나눠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실천해 온 ㈜KSS해운 사례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필자는 1969년 창업한 KSS해운의 최대 주주(17.63%)이지만 2003년 고문으로 물러난 후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자녀들 또한 회사와 전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재벌이 득세하는 한국 경제계에서 기업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도 세계적 선사로 성장시킨 비결은 바로 '종업원 지주제'이다. 종업원들이 경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오너와 비전을 공유하는 제도다. 무늬만 종업원 지주제인 타사와 달리, KSS해운은 종업원 지분(18.16%)이 오너보다 더 많다. 추천위가 선임한 전문경영인 및 이사회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사외이사를 사내이사(3명)보다 많은 5명으로 구성, 회사 경영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특히 회사 이익의 일부를 임직원과 나누는 '이익공유제'는 여타 기업의 '성과금'이나 '인센티브'와는 확연히 그 성격을 달리한다. 이익이 창출되면 그 일부를 임직원에게 배당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함께 책임지는 임직원 중심의 경영 시스템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배경은 이렇다. 오늘날 주주자본주의는 직원(노동)을 비용으로만 본다. 그런데 직원이 없으면 수익은 나오지 않는다. 누가 취직을 했다는 것은 그 기업에 자기 몸의 감가상각으로 투자한 것이며, 주주와 같은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 흔히 '노동의 보상으로 임금을 주지 않느냐'고 하지만, 임금은 노동 재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일 뿐이다. 반면 임직원 배당금은 매년 결산 후 순이익에 기초해 주는 이익잉여금이다. 사장이 주는 '시혜적 임금'이 아니라 주주들이 주는 '감사의 보상금'인 셈이다. 임직원이 배당을 받으면 자신도 회사 주인이라는 인식을 갖게 돼 자율경영 체제가 자연스레 자리 잡고 부의 격차도 줄어든다.
기업인은 부의 창조만이 아니라 사회에 부가가치를 남길 의무가 있다. 균형 잡힌 시장경제를 이루려면 직원을 단순히 비용으로 생각하거나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오너와 종업원이 회사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양극화가 해소되고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아름다운 사회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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