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킬넷' '레지온', 주최 측 네트워크 공격 시도
텔레그램 채널 정보 기반으로 미리 알아 내"
우크라이나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2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친(親)러시아 해커 그룹이 공격을 시도했다고 이탈리아 경찰이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및 벨라루스 팀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참가가 제한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팀을 방해하기 위한 수작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경찰은 앞서 10일과 14일 열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준결승 및 결승 시청자 투표 도중 친러 해커 그룹 ‘킬넷’과 ‘레지온’이 주최 측 네트워크를 표적으로 사이버공격을 시도했으나 막아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일간 일메사제로는 “경찰은 해커 그룹의 텔레그램 채널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해킹 공격 가능성을 미리 알아챘다”며 “사이버 공격에 수많은 ‘좀비 PC’가 동원됐으나 무력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해커 그룹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공격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참가팀의 우승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게 합리적 의심이다. 칼루시 오케스트라는 전날 결승에서 심사위원 평가로는 4위에 그쳤지만 시청자들의 압도적 지지로 최종 집계 1위에 올랐는데, 몰표가 쏟아진 시청자 투표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우크라이나 팀이 시청자 투표에서 획득한 439점은 참가자들의 평균 득표인 20점대에 비해 엄청난 수치”라며 “유럽인들이 ‘우크라이나와 연대한다’는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우승팀의 리더인 올레흐 프슈크는 우승 직후 우크라이나로 귀국해 난민 지원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프슈크는 경연 종료 후 공항으로 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우승곡 스테파니아는 원래 어머니를 위해 작곡한 노래지만 전란에 휘말린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전달되고 있다”며 “새로 재건될 우크라이나에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우승국이 차년도 대회를 개최하는 전례가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앞서 “자유롭고 재건된 마리우폴에서 대회를 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