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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집무실 앞 집회 논란, 합리적 기준 마련해야

입력
2022.05.17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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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 반대 집회를 마친 무지개행동 회원 등 시민들이 14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도로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소수자 차별 반대 집회를 마친 무지개행동 회원 등 시민들이 14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도로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사회연대체인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 앞을 통과하는 도보행진을 했다. 참가자 500여 명은 이날 오후 용산역 광장을 출발해 집무실 앞을 경유해 이태원 광장까지 2.5㎞를 도보로 행진했다. 충돌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된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고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되면서 불거진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ㆍ시위’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 시작이다. 집시법(11조)은 국회의사당,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등을 100m 이내 옥외집회와 시위를 못하는 건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무지개행동이 이번 집회를 금지한 경찰을 상대로 낸 집회금지 효력정지 신청에 대해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이 '집무실과 관저는 별개'라는 취지로 이번 집회를 허용하면서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 주장은 법적 근거가 취약해졌다. 경찰은 경호상 이유로 앞으로도 이런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이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 집무실을 100m 이내 시위금지 장소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안을 발의해 법적 공백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작정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은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 이전을 결정한 명분인 시민들과의 소통 강화와 어울리지 않는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도 무지개행동의 집회를 허용한 법원 결정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53.4%에 달했다.

14일 행진과는 달리 법원마다 집무실 앞 집회를 놓고 각기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도 혼란은 속히 정리돼야 한다.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적 다툼이나 입법보다는 시민사회단체와 경찰ㆍ대통령 경호처 간 협의를 통한 자율적 기준 마련으로 정리되는 편이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집무할 때와 퇴근했을 때, 평일과 공휴일 간 기준을 달리하는 등 합리적인 대안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안전을 보호하면서도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성숙한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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