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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듯한 분위기에서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까지 동조 금리 인상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미연방준비제도(Fed) 안팎에선 지난 5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단행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물가상승세를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시사한 오는 6, 7월의 연속 빅스텝에 이어,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뜻하는 ‘자이언트스텝’까지 거론되고 있다.
▦ 상황 변화에 한은의 입장도 미묘하게 바뀌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한은 차원의 빅스텝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조찬을 마친 후엔 “향후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내 물가도 물가지만, 한미 간 ‘금리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동조 금리 인상의 불가피성을 확인한 셈이다.
▦ 자본수입국에선 미국보다 자국 금리가 높은 통상적 금리균형이 깨질 경우, 치명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1995년 전후 미국 금리 인상기의 멕시코가 그랬다. 당시 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1994년 2월 3%였던 기준금리를 1년 동안 무려 3%포인트나 올렸다. 그 결과 1993년 말 미국보다 8.41%포인트나 높았던 멕시코 실질금리가 1994년 말엔 미국보다 0.7%포인트 낮아지는 ‘금리 역전’이 발생했고, 그게 자본이탈과 페소화 위기를 거쳐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촉발했다.
▦ 그럼에도 지금 우리 경제에선 금리 역전이 발생해도 과거 멕시코 같은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규철 KDI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대응’ 보고서에서 1990년대와 달리, 우리나라는 거시경제와 대외건전성을 양호한 상태로 유지해왔기 때문에 2018년 3월~2020년 2월 등 세 차례에 걸친 한미 금리 역전에도 대규모 자본유출 등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금리를 올리되, 애써 미국 수준에 맞추기보다는 국내 경기 등을 감안해 좀 덜 올리고, 일시 금리 역전까지 용인하는 게 좋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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