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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뜻밖에 고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에 따르면 지난 19, 20일 실시된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5.8%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49.5%)에게 3.7%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양을이 민주당 텃밭이란 점을 고려하면 오차 범위 내 접전만으로도 이 전 지사에겐 상당한 위기 신호다.
□ 인천 계양을은 2004년 분구된 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네 차례나 국회의원에 당선된 곳이다. 2010년 송 전 대표의 인천시장 출마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이상권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게 보수정당의 유일한 승리다. 가장 최근 선거만 봐도 송 전 대표가 2020년 총선에서 58.6%의 득표율로 윤형선 후보(38.7%)를 크게 앞섰다. 지난 3월 대선에서도 계양구에선 이재명 후보가 52.3%의 득표율로 윤석열 후보(43.5%)를 제쳤다.
□ 이 전 지사가 뒤지는 여론조사가 한 번 나온 것이긴 하지만 명분 없는 출마에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선 패배 후 곧바로 정치를 재개하는 데다 출마지마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민주당 텃밭이어서 ‘방탄 출마’라는 여권의 비판이 먹혀들 소지가 크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참패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이듬해 4월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한 성남 분당갑을 피한 이 전 지사로선 패배 시 정 전 장관보다 더 큰 수모를 겪을 수 있다.
□ 이 전 지사의 부진은 최근 민주당 지지율 추락과도 무관하지 않다. 4개 여론조사 기관의 5월 3주 차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42%로 민주당(30%)을 12%포인트 앞섰다. 최근 6개월간 조사 중 최고치다. 0.7%포인트 격차의 대선 이후 양당 간 지지율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 외에도 민주당이 대선 후 무리한 검수완박 입법 등 강경 노선을 내달린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0.7%포인트가 선거 패배에 따른 반성을 잊게 한 마취제 역할을 했던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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