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6·1 지방선거 판세가 심각하자 “책임지고 당을 바꿔가겠다”며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그는 “우리 편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팬덤 정당이 아닌 대중 정당”을 내걸었고 “민주주의에 가슴 뛰던 민주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진단은 하나같이 옳다. 변화는 한결같이 의심스럽다. 어제까지도 그런 문제를 버젓이 드러냈던 당이기 때문이다.
□ 지난 2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경력확인서를 써준 최강욱 의원의 2심 유죄판결에 민주당 의원 18명이 성명을 냈다. “의원직을 잃을 만큼 잘못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인턴) 활동시간이 틀렸다는 이유 하나로 사람을 이렇게 괴롭힐 일이냐”고 감쌌다. 최 의원이 활동시간에 대해 오락가락한 점이 재판부가 신빙성 없다고 판단한 이유였다는 건 빼놓았다. 사법부 판결을 왜곡하는 기술은 신묘하고 우리 편 잘못에 대한 너그러움은 넘친다.
□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문자폭탄을 보내 이견을 짓누르던 민주당에는 박 비대위원장이 내부총질을 한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이재명 팬덤’이 합류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기존 부동산 정책을 죄다 뒤집는 것을 보면 민주당의 약속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도 않을 정도다. 위장탈당 편법을 동원한 검수완박 입법 과정은 검찰개혁 명분으로도 용납하기 어려운 민주주의 훼손이었다. 이 모든 것이 2020년 총선 압승 후 기세등등하던 때가 아니라 대선 패배 후에 벌어진 일이다.
□ 문제의 핵심은 팬덤인데, 이를 기반 삼은 게 민주당 주류이니 변화가 없다. 박 비대위원장의 고군분투가 외롭고 공허한 이유다. 그나마 희망이라면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점이다. 이원욱 의원이 “박지현의 분투를 응원한다”고 했고, 조응천 의원은 “우리 편 감싸기 안 했다고 내부총질이라면 계속 내로남불 하라는 말이냐”고 핵심을 짚었다. 누가 가세할 것인가가 민주당의 미래를 가늠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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