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독립언론 "'푸틴 이후' 논의 잦아져"
전쟁 두고 강경·온건파 등 불만 커져
건강 악화와 암살 등 부재 상황 대비?
거론되는 '후계자', 모두 푸틴 최측근
러시아 정권 내부에서 ‘포스트 푸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거동이 불편한 모습을 보이며 건강 이상설이 일파만파 퍼지는 동시에, 전쟁 장기화에 따른 그를 향한 불만도 커지면서 암암리에 후계자 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는 크렘린궁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 소식통을 인용, “정권 내부에서 ‘푸틴 이후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푸틴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려는 가시적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그가 국가를 통치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정권 내부에 있다고도 덧붙였다. 국가 수반 공백에 대비한 준비가 권력 내부에서 은밀하게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포스트 푸틴’ 논의는 이례적이다. 그간 수많은 측근들이 차기로 거론됐지만, 정작 푸틴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날 거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지난해 6년 임기를 두 번 더 연장할 수 있게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종신 집권’을 시사한 것이다.
메두자는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 원인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찾았다. 전쟁이 석 달 넘게 이어지면서 정부 내에서도 전쟁을 지시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커졌고, 권력 승계 논의로까지 이어졌다는 얘기다. 물론 비판의 결은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침공을 지지하는 강경파는 정부가 예비군 동원 등 보다 과감한 카드를 꺼내 들지 않는 점을 문제 삼는다. 온건파는 서방국의 고강도 제재로 국가 경제가 적잖은 충격을 입었지만, 푸틴 대통령이 심각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점을 우려한다.
실제 내부 비판은 공공연해졌다. 전날 20년 경력의 스위스 제네바 주재 유엔사무국 소속 러시아 외교관 보리스 본다레프는 “조국이 부끄럽다”며 사임했다. 메두자는 “아무도 푸틴 대통령에게 만족하지 않는다”는 정권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러시아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푸틴 대통령을 대신할 인물 찾기가 시작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부재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방 정보기관은 그가 심각한 심장 질환이나 혈액암 또는 파킨슨병 등 질병을 앓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에는 푸틴 대통령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왼발을 가만두지 못하고 수차례 비틀거나 움찔거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내년쯤 건강 이상으로 권력에서 물러난 뒤 의료시설에 들어갈 것”(리처드 디어러브 영국 비밀정보부 전 국장)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암살 위협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전날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국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3월 초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에서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크렘린궁이 ‘예기치 못한 상황’ 발생을 대비해 사전에 권력 구도를 마무리 짓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누가 ‘차기 권력’이 되든 전쟁에서 큰 기류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최근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안전보장이사회 부위원장,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 세르게이 키리옌코 대통령 비서실 제1부비서실장 등 모두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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