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의원, “우리 영토 조금도 포기하지 않을 것”
“영토 포기는 푸틴에 최악의 신호 주는 것…푸틴 막아야”
쿨레바 외무 장관 “키신저 현직 아니라 천만다행”
전쟁을 멈추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포기하고 러시아와 평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힌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발언에 우크라이나 인사들이 발끈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의 의견이라고 일축하면서도 러시아를 다소 두둔하는 뉘앙스가 묻어나는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25일(현지시간) 올렉시 곤차렌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은 이날 미국 CNBC방송 인터뷰에서 “키신저는 여전히 20세기에 살고 있는 것 같다”며 “키신저가 제안한 영토 포기 제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우리는 우리 영토를 조금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키신저 전 장관은 앞서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우크라이나가 현재의 영토 상태를 인정하고 러시아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정치 현실론자로서 전쟁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이에 대한 해소 방안으로 제시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곤차렌코 의원은 키신저 전 장관의 주장대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포기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최악의 (잘못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 크림반도 점령에도 서방이 단호한 대응을 하지 않았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곤차렌코 의원은 "우리는 지금 푸틴을 막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최대한 빨리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게 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도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쿨레바 장관은 이날 CNBC에 “나는 헨리 키신저를 존경하지만 그가 미국 행정부에서 공식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아 천만다행이라 생각한다”며 “그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그의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영토 일부를 포기하고 전쟁을 끝내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거부하고, 결정이 필요할 경우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입장을 공개한 바 있다. 키이우 국제사회연구소가 지난 13~18일 우크라이나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82% 이상이 영토 포기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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