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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특별한 이유

입력
2022.05.26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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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22일(현지시간) 영국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의 최종 38라운드 경기에서 팀의 5번째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손흥민이 22일(현지시간) 영국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의 최종 38라운드 경기에서 팀의 5번째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일요일 자정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손흥민이 윙어로 뛰고 있는 토트넘과 강등이 확정된 노리치시티의 38라운드 경기가 있던 날이니 말이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인 이날의 결과에 따라 아스널과 4위 경쟁 중인 토트넘으로서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 여부가 확정될 터였고, 리버풀의 살라와 득점왕 타이틀 경쟁 중인 선수 개인으로서는 골든 부트 수상 여부가 확정될 터였다. 이렇게 긴장되는 경기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가까이는 2009년 김연아의 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경기와 비견할 만했고, 멀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과 4강전에 견줄 만큼 숨조차 편히 쉬지 못하는 엄청난 긴장감을 느끼며 경기에 집중했다.

결과는 더없이 좋았다. 토트넘은 아스널을 따돌리고 4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따냈고, 손흥민은 살라와 함께 득점왕 타이틀을 획득했다. 사람들은 손흥민이 이룬 성취와 업적에 열광하지만, 그의 특별한 점은 '겸손'에 있다. 겸손은 마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특징인 듯 흔히들 오해하지만, 성격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겸손은 자기 한계에 대한 인식과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 새로운 견해에 대한 개방성, 자신의 성취가 자신만의 것은 아니라는 인식, 다른 사람들의 공로를 알고 이에 감사할 줄 아는 능력과 관련이 깊다.

그렇기에 겸손한 사람은 결코 자기중심적이거나 오만하지 않다. 노자의 도덕경과 구약성경의 잠언에도 나와 있듯이, 강과 바다가 수많은 골짜기를 거느리는 까닭은 기꺼이 수많은 골짜기의 아래에 머물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다스리고 싶다면,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낮은 곳에 임해야 한다. 먼저 섬기는 이타적인 사람이 되어야, 사람들이 우러르며 따르는 진정한 리더가 되는 법이니 말이다. 그가 자신을 낮춘다고 해서 자기를 비하하거나 비굴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자기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들과 더불어 더 큰 존재의 일부로 자기를 확장할 줄 아는, 지혜로운 이여야 기꺼이 자기를 낮출 수 있으니 말이다.

뛰어난 재능과 능력으로 명성을 얻으면 교만해지기 쉬운데, 조직과 팀워크에는 큰 해가 된다. 반면, 조용한 미덕인 겸손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를 따르게 하는 힘이 있다. 자기를 내려놓고 '더 큰 존재'로 하나가 되어 다 같이 함께 놀라운 업적을 이루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의 토트넘은 비싼 몸값으로 서로의 존재를 내세우기 바쁜 오늘날의 유럽 프로축구라고는 믿기 어려운, 한 편의 만화영화 같은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들은 손흥민을 구심점 삼아 단단히 뭉친, '거대한 하나'였다. 손흥민의, 손흥민에 의한, 손흥민을 위한 토트넘! 오랜 기간 팀을 위해 헌신한 그에게 감화받은 동료들이 마치 저마다 손흥민이라도 된 듯 '하나'가 되어 뛴 경기였다.

겸손은 개인의 노력과 환경에 의해 길러질 수도, 오히려 퇴화할 수도 있다. 부모님이 어린 나이부터 출중했던 손흥민을 자기 재능에 우쭐대며 주목받는 것을 즐기는 아이로 길렀다면, 오늘날의 손흥민이 과연 있을까? 곧 지방선거일이 다가온다.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섬기는 리더십, 조용한 미덕 '겸손'을 기를 수 있도록 우리는 어떤 환경을 마련해야 할까.


이정미 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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