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해상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8발을 쏜 다음 날 한미가 지대지미사일 8발을 공동으로 대응 사격했다. 한미는 6일 새벽 4시 45분부터 10여 분간 에이태큼스(ATACMS) 총 8발을 동해상에 발사했다. 지난달 25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3발을 섞어 쐈을 때도 한미는 한국군의 현무-2, 미군의 ATACMS 미사일을 1발씩 동해상에 쏜 바 있다. 북한 도발에 한미가 4년 10개월 만에 공동대응한 것이었지만, 이번엔 정확히 미사일 개수까지 ‘비례대응’한 것이다. 합참은 한미 연합대응에 대해 “도발 원점과 지휘 및 지원세력에 즉각적으로 정밀타격할 능력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응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식에서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능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강조했다. 6·25전쟁과 관련해 “공산세력 침략”이라고 못 박아 언급한 것도 전임 정부와 차별화하며 북한에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사용하는 용어도 달라졌다. ‘미상발사체’라는 표현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꺼리던 ‘규탄’ ‘도발’ 같은 단어도 부활했다.
정부의 대응 변화는 그간 쌓여온 국민의 ‘안보갈증’을 풀어주는 측면이 없지 않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북한에 할 말은 하는’ 남북관계를 말했고, 대북 저자세를 정상화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비례대응은 말 그대로 적이 도발한 수단과 동일하게 응징하는 것을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비례적(proportional)’ 대응 원칙을 거론하던 2017년은 한반도 군사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때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엄중한 상황에서 비례대응이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위험성을 백 번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안보사안에 관한 한 정부의 치밀하고도 유연한 상황 관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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