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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에 무얼 먹을까

입력
2022.06.08 22:00
수정
2022.06.17 11:04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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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강남역 사거리 인근 주점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서울 강남구 강남역 사거리 인근 주점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기록적인 환란(患亂)이라고 할 코로나 상황이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향후 상황은 낙관도 비관도 않는 게 방역 당국의 입장이다. 팬데믹 기간 우리의 먹거리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배달과 밀키트가 상징하는 비대면 서비스의 폭발적 성장이 있었다. 거리두기로 식당에서 모임을 할 수 없자, 미국식 파티문화가 커졌다. 개인적 공간에서의 모임은 법으로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트의 거품 와인(샴페인 등의 발포성 와인) 판매량이 팬데믹 기간에 성장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사람은 사회적, 사교적 동물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유행은 외부 충격으로 시작된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직후 시작된 치킨 유행이 우리 외식 시장의 가장 큰 몫으로 커졌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저렴한 서민의 외식 아이템이었던 삼겹살이 대세가 된 것도 바로 그 시기였다.

팬데믹 시기에 외식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배달이다. 배달비 상승과 방역수칙 변화로 직접 매장 방문이 가능해지면서 최근에는 배달 산업이 주춤하고는 있다. 그래서 시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평이 나오지만, 이는 들어맞을 가능성이 낮다. 한번 체험한 서비스는 인간에게 지속적 자극을 요구하게 되어 있다. 배달 앱을 써서 원하는 음식을 느긋하게 고르고(매장 방문과 달리 메뉴를 고르는 동안 어떤 압박이나 부담이 없다), 원하는 사이드를 추가하며, 배달이 오는지 체크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었다. 팬데믹이 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배달 앱들도 시장을 유지, 확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시장 위축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앱의 가치가 조 단위를 넘어서고 대규모 자본이 시장에 유입된 만큼 가치를 지키기 위해 힘을 쓸 것이다. 배달시장은 그렇게 유지되거나, 심지어 일정 정도 성장할 것 같다. 물론 외식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역술업이라는 농담이 있지만 말이다.

팬데믹 기간에 눈에 띄는 외식업의 변화는 1인 식당, 술집의 증가다. 이는 팬데믹 전에 태동한 노동시장의 특징이었다. 과거 요리사들은 도제 시스템에서 길러졌다. 10년은 배워야 독자 서비스가 가능한 요리사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튜브, 여러 출판 미디어로 빠르게 일정 수준의 요리를 배울 수 있다. 식당에서 쓸 수 있는 반제품, 완제품도 엄청나게 공급되고 질도 올라갔다. 예전 요리사들은 육수를 내기 위해 24시간을 끓이고 관리하는 노하우를 배워야 했다. 요즘은 즉석에서 물에 풀어 쓸 수 있는 제품이 얼마든지 공급된다. 그 질도 상당히 좋아졌다. 물론 정성 들여 뽑은 육수의 맛이 더 뛰어나겠지만 치솟은 임대료(요리를 다 손수 하려면 공간이 더 필요하다), 고용할 요리사와 서버의 부족 같은 상황은 과거의 요리 환경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더구나 안전한 보수를 보장하던 대기업의 취직 기회도 크게 줄었다. 1인 창업이 증가하고, 이들의 다수가 외식으로 들어왔고, 들어오고 있다. 운영자도 1인이고, 방문하는 손님도 1인인 시대다. 혼밥은 몇 년 전만 해도 사회적 의제가 되어 논쟁이 벌어졌다. 일본에서 온 문화라고 폄하되었지만, 이제는 누구도 혼밥을 두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칸막이 쳐진 식당에서 혼밥하는 것을 일상적 모습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우리는 환란에도 어떻게든 살아왔다. 적응해왔다. 그렇게 또 살아갈 것이다. 식당에, 술집에 다시 갈 수 있다는 것을 기뻐하면서. 바뀌어가는 시대에 또 맞춰서.


박찬일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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