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은 우리 경제발전과 더불어 중요 에너지원으로 그 역할을 감당해 왔고, 탄소 중립시대로 나아가더라도 그 요구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다만 지속적으로 원자력발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관리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올해 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원자력을 녹색경제 활동에 포함하는 EU Taxonomy(녹색분류체계)를 발표했다. 원자력운영에 대한 기술심사기준(Technical screening criteria)으로 극저준위·중저준위방폐물과 고준위방폐물 최종 처분시설의 운영에 대한 2050년까지의 계획을 포함한 방사성폐기물 관리 관련 사항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1986년부터 중·저준위방폐물 영구 처분시설과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 부지 확보 사업으로 시작해 약 19년간의 국민적 갈등을 겪은 후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뒤에야 부지 공모와 국민 투표를 거쳐 2005년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장 부지를 경주로 선정했다.
하지만 고준위방폐물 관리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재 고준위방폐물은 원자력발전소 내 저장시설에서 저장·관리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으로 고준위방폐물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고준위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영구 처분장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중·저준위방폐장 확보에 19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고준위방폐장 부지 확보는 훨씬 더 어려울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필자는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장 부지 선정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특별법 제정이었다고 생각한다. 2019년 5월부터 약 23개월간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전문가와 원전지역 주민, 일반 국민들과 논의 과정에서 얻은 결론은 고준위방폐물이 안전하고 투명하게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우선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재검토위원회는 정부에 부지 선정 절차와 유치지역 지원 등 관리정책 전반에 대한 사항들이 종합적으로 포함된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제정을 권고했다. 다행히 작년 9월 김성환 의원이 대표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도 '고준위방폐물 처분을 위한 특별법 마련'이 포함됐다.
고준위방폐물 문제는 원자력발전의 혜택을 누린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국민과 미래세대의 안전을 위해 국회가 '고준위방폐물 관리 특별법' 제정에 조속히 나서 주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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