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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쌀, 미국 시장에 기회 있다

입력
2024.12.16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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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게티이미지뱅크

김밥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농민들이 정성들여 생산한 쌀이 제대로 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농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매년 남아도는 쌀 재고 때문에 정부도 고민이 크다.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미국 시장 개척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수시장이 큰 미국에서 K팝 못지않게 K푸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데 실마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밥, 비빔밥, 떡볶이 등은 쌀로 만들었지만, 정작 대다수 미국인은 이를 잘 알지 못한다. 한국 쌀 자체의 맛과 가치가 부각되는 계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K푸드가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국제적으로도 경쟁력 높은 한국 쌀이 큰 영향을 미쳤다. 우선 한국 쌀은 품종 개량을 통해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비빔밥, 김밥, 떡볶이도 찰지고 씹는 맛이 있는 둥그런 쌀로 만들어야 제맛이 난다.

미국에서도 연간 약 85만 톤의 쌀이 생산된다. 그러나 대부분 ‘롱 그레인’(Long grain)이라는 길쭉한 쌀이다. 생산량의 70~75%를 차지한다. ‘쇼트 그레인’(Short grain)은 1~2%뿐이다. 그리고 이 ‘쇼트 그레인’으로도 한국 쌀과 같은 맛을 내지 못한다.

최근 한국 쌀을 수입해 미국 시장에서 유통하는 한 재미교포를 만났다. 한국 쌀 수요자가 대부분 한국계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그는 “한국 쌀의 80~90%를 재미교포가 아닌 현지인이나 유명 식당에 판매한다”고 했다. 올해 8월 3,000㎏의 쌀을 수입했지만, 2만㎏을 추가 수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시장조사를 거쳐 마케팅 회사를 통해 K푸드 우수성을 홍보함으로써 한국 쌀 소비를 촉진했다고 한다. 또 각종 식품박람회(Food Fair)에 참가하고 유명 한식당, 호텔 조리사에게 한국 쌀을 활용한 요리 개발도 의뢰했다.

하지만 이런 개인의 노력은 성과에 한계가 있다.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쌀을 활용해 미국인 입맛에 맞춘 새 요리를 개발하고 체계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미국인은 가정에서 밀가루로 빵이나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곤 한다. 이들을 겨냥해 한국 쌀로 조리할 수 있는 간편식을 개발해 널리 알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K푸드 인기의 바람을 타고 미국인이 한국 쌀 맛의 우수성을 인지하면 우리의 대안 시장이 될 수 있다.

미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일단 K푸드의 인기에 편승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인기가 많은 김밥, 비빔밥, 떡볶이의 주재료가 한국 쌀이란 것부터 널리 알려야 한다. 미국 내 한인 공동체와 아시아 음식점이 많은 지역(캘리포니아주 등)부터 집중 공략하면 효과가 클 것이다. 소형 포장과 유기농 인증으로 한국 쌀이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적극 활용할 일이다.


김동환 (주)농업회사법인 구례삼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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