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사회보험의 아킬레스건은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다. 국민연금은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소득에 부과)와 지역가입자(재산과 소득에 부과) 간 형평성 문제, 과다한 피부양자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 9월 시행 예정인 ‘2단계 건강보험료 개편안’ 발표를 앞둔 정부와 여당의 행보가 수상쩍다. 개편안은 보험료를 고가 차량에만 부과하기로 하는 등 지역가입자 부담을 덜어주고 피부양자를 줄이는 내용이다. 피부양자 탈락 기준이 연 합산소득 3,400만 원에서 2,000만 원(월 167만 원)으로 낮아지는데, 이게 논란이다. 부동산 폭등으로 재산은 늘었지만 노후소득이 부족한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온다. 합산소득에는 국민연금이 포함되는데 벌써부터 ‘건보료 날벼락, 건보료 폭탄’, ‘은퇴자 지갑털이’ 같은 언론보도가 줄을 잇는다. 24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의장은 “고령 은퇴자에게 큰 부담”이라며 후퇴 방침을 시사했다. 올해 초 한 차례 연기된 끝에 29일 정부가 발표하는 개편안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건강보험 피부양자 축소 시도에는 항상 저항이 따랐다. 2011년 복지부가 연 4,000만 원(월 334만 원) 이상 고액 사학ㆍ군인ㆍ공무원 연금을 받는 2만여 명을 지역가입자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일이다. 당시 전ㆍ현직 고위 공직자ㆍ군인들이 규제개혁위 심사를 지연시키도록 압력을 넣어 통상 한 달이면 완료되는 입법절차가 9개월이나 걸린 일도 있다.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 고령화 여파로 의료비는 급증하고 있지만 이미 건강보험료율(6.99%)은 법정 상한선(8%)에 다가서고 있다. 피부양자가 1,800만 명으로 전 국민 3분의 1에 달할 정도라면 보험료 인상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은 ‘능력만큼 내고 필요한 만큼 혜택을 받는다’는 사회보험의 연대원리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급작스러운 집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은퇴자들에게는 차라리 재산 공제액을 늘려주는 편이 원칙도 살리고 제도 수용성도 높일 수 있다. 뒤틀린 건보료 징수체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새 정부는 섣부른 건보료 폭탄론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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