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를 풀기 위한 민관협력기구가 4일 출범한다. 외교부 차관이 주재하고 전직 관료와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도출한 정책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여 해결책을 마련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애초 6월 내 첫 회의를 모색했지만 참여자 인선에 난항을 겪으면서 늦춰졌다. 정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배상금을 내지 않고 별도의 방안을 찾도록 건의하는 악역을 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피해자 측은 참여를 최종 결정하지 않아 험난한 앞길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는 꽉 막힌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전향적 행보를 예고해왔다. 그런데 일본의 상응조치가 나오지 않으면서 한국만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때 이뤄진 두 정상 간 4차례 대면을 놓고도 공식 발표가 다르게 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한국은 기시다 총리가 “건전한 관계로 발전하도록 노력하자”고 밝혔다고 했지만, 일본 측은 “일한관계를 되돌리기 위해 힘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쌍방의 노력을 설명했지만 일본은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무산된 정상회담도 5월 독도 해양조사로 일본 분위기가 급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범기업 국내 자산에 대한 대법원의 강제집행(현금화) 판결이 임박한 가운데 민관기구를 띄운 정부의 노력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일본 측의 태도 변화 없이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추후 일본 쪽에 청구하는 ‘대위변제’가 유력한 해법으로 거론되는 건 여론의 반발에 부딪치기 쉽다.
피해자 측은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의 참여가 핵심이란 입장이다. 특히 일본의 사죄가 필수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일본이 참의원선거(7월 10일) 일정상 변하기 힘들다는 사정을 상수로 둔 채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대안부터 논하는 건 피해자를 모독하는 일이다. 일본의 성의 있는 자세와 피해자 동의를 구하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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